우리은행이 기술 개발부터 창업·투자까지 예비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해커톤 대회에 예상보다 많은 팀이 참가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은행 전문직으로 채용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디지털 이니셔티브’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온택트 해커톤’ 대회에 총 86개 팀이 신청했다. 우리은행 측은 “평균적으로 국내 해커톤 대회에 50여 개 팀이 참가한다”며 “다른 해커톤과 다른 혜택들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팀이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8일까지 접수를 받아 오는 30일부터 5월3일까지 본격적으로 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우리은행이 야심차게 준비한 첫 해커톤이다. 은행의 예비 스타트업 성장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블루아워’의 하나로 창업 이후 단계에서 보통 지원해주는 것과 달리 창업 이전인 아이디어 단계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기술 개발, 창업·투자 등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통상 시중은행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 공간을 제공하는 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이같은 방식에서 탈피해 아직 창업하지 않고 아이디어만 있어도 참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선에 진출하면 은행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애플리케이션, 웹으로 구현해볼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최종 수상자 중 일부는 은행의 전문직원으로 채용돼 최대 3년까지 월급을 받으며 기술 개발 및 창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같은 혜택 때문에 다른 해커톤에 비해 참가자들이 몰린 것이다. 높은 참가율에 우리은행은 당초 10개 팀에 총 2,000만원을 수상하려는 계획에서 15개 팀 2,300만원으로 수상 규모를 확대하기도 했다. 올해 대회 참가자들의 상당수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초개인화 마케팅, AI를 활용한 자산관리서비스, 마이데이터 신(新) 비즈니스 모델 등에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혁신성, 기술력 등을 평가해 우수 팀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기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준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첫 주최하는 해커톤 대회가 시작부터 성황을 이루면서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는 권 행장의 행보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권 행장은 올해의 경영 키워드로 ‘디지털 퍼스트,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꼽으며 빅테크와의 경쟁에 대비해 디지털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해커톤 대회 역시 해커톤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싱가포르 DBS의 사례에서 본떠 권 행장이 직접 지시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측은 “디지털 혁신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금융의 디지털 트랜드 변화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계획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