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7일 정부와 여당을 향해 “투자자 보호는 외면하고 세금만 걷으려 하고 있다”며 맹비판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하자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 부처들과 여당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조차 확립하지 못하고 투자자 보호는 손을 놓은 채 규제책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시대 절망·절박감 이해하고 있나”
국민의힘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성일종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산업으로 볼 것인지 금융상품으로 볼 것인지 등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개념조차도 정립을 안 해놓은 것 아닌가”라며 “정부가 기본방향부터 먼저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의 가상화폐 대응을 비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정부와 민주당이 암호화폐를 둘러싼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내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경제통’ 의원들도 수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투기성이 강한 거래라고 엄포만 놓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하면서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며 “무책임·무능 정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화폐 투자 수익에 과세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추 의원은 “금융상품이 아니란 이유로 투자자 보호는 외면하면서 투자 수익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며 “도둑심보 정권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류성걸 의원도 “가상화폐 열풍은 청년세대의 절망감과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2030세대를 보호하겠다, 가상화폐 제도를 만들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위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세상 물정 왜 모르나” 직격탄
한편 여당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의 파장을 진화하기 위해 나섰다. 전날 이광재 의원은 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고, 박용진 의원은 “할 일은 하지 않고 국민을 가르치려는 전형적인 관료적 태도이자 세상 물정 모르는 낡은 인식”이라고 일갈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전날 “자칫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며 ‘코인 민심’을 달랬다.
여권에서는 이른바 ‘코인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대선을 약 10개월 앞둔 가운데 정부의 강한 규제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해 민심이 이탈하면 정치적인 파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암호화폐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59%가 취업난과 부동산 문제로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평가받는 20대와 30대다. 특히 20대 사용자만 32.1%에 달한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