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규제와 저출산으로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80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과 함께 미국의 정치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인구조사국은 지난해 4월 1일 기준 인구가 3억 3,144만 9,281명으로 10년 전보다 2,270만여 명(7.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증가율을 10년 단위 기준으로 끊어보면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인 1940년 조사(7.3%)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WP는 “백인 인구가 고령화하고 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민 규제가 강화돼 인구 증가율이 낮아졌다”며 “출산율이 떨어진 것도 한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출산율은 1.73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못 미친다.
중요한 것은 낮은 인구 증가율 속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유타(18.4%), 아이다호(17.3%), 텍사스(15.9%)는 인구가 많이 늘었지만 일리노이(-0.1%), 미시시피(-0.2%), 웨스트버지니아(-3.2%) 등은 인구가 되레 감소했다. 오대호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북부의 인구가 상대적으로 줄고 남부에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 의회는 상원 100석을 주별로 2명씩 나눠 갖지만 하원 435석과 대통령선거인단은 인구 비례로 배분된다.
이번에 나온 인구조사를 토대로 하면 텍사스는 하원의원이 2명 늘고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는 오는 2023년부터 1석씩 추가된다. 이들 지역은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두 승리한 곳이다.
반면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긴 일리노이와 미시간·펜실베이니아·뉴욕은 하원 의석이 각각 1석씩 줄어든다. 민주당이 강세인 캘리포니아에서도 1석을 잃게 됐다.
이 때문에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WP는 “하원 의석을 잃은 7개 주 가운데 5개 주가 바이든에게 표를 던진 곳이고 새로 7자리를 얻은 주들 중 5곳이 트럼프를 지지한 지역”이라며 “미국의 정치권력이 (공화당이 강세인) 남쪽 지역으로 계속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