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생명·전자 지분 대부분 상속 유력...책임경영 실현

■경영권 좌우 계열사 지분 어떻게
'李 부회장→삼성물산→생명→전자' 구조이지만
법정상속 비율대로 받을 땐 지배력 강화 어려워
경영권 승계 상징 '생명' 지분 등 몰아줄 가능성


삼성 일가가 28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핵심인 이 회장의 계열사 보유 지분 배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산 중 상당 금액을 기부하고 12조 원의 상속세도 내는 정공법을 택한 만큼 지분 배분에서도 삼성전자(005930)와 삼성생명(032830)의 주식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몰아줘 책임 경영을 실현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삼성가는 삼성전자를 통해 이 회장의 유산 상속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식 배분과 관련해서는 유족들이 논의 중”이라며 아직 최종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이 회장 보유 지분은 삼성전자 2억 4,927만 3,200주(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 9,900만 주(0.08%), 삼성생명 4,151만 9,180주(20.76%), 삼성물산(028260) 542만 5,733주(2.88%), 삼성SDS 9,701주(0.01%) 등이다. 해당 주식의 시가만 현재 기준 대략 24조 원에 달할 정도로 많아 해당 지분이 누구에게로 향하느냐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가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


법정상속 비율에 따르면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이 9분의 3, 이 부회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 2씩 상속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가족 지분을 통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는 없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자인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 대부분을 물려받는 방식으로 상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삼성은 큰 틀에서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보유 지분은 각각 0.06%, 0.7%로 많지 않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형태인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계열사 지분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배분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20.76%)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위해서뿐 아니라 ‘삼성 경영권의 승계’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 회장 역시 선대인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아 삼성그룹 매출액의 70% 이상을 도맡는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경영했다.


마찬가지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4.18%) 역시 이 부회장 중심으로 상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것은 ‘책임 경영’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이 부회장이 전량 물려받고 삼성생명은 유족들이 분할해 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동시에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 8.51%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을 공동소유해 향후 우려되는 경영권 분쟁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경우 매각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삼성생명 주식 일부를 팔아 거액의 상속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 주식 배분을 두고 삼성 일가도 최종 고심 중인 상황이다. 앞서 삼성 일가는 지난 26일 금융 당국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내면서 개인별로 공유 지분을 특정하지 않았다. 상속인들은 원래 각자 받을 주식 몫을 구체적으로 나눈 뒤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하려 했지만 당시 분할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유 주주로서 대주주 승인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일가는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인 30일 전에는 가급적 삼성생명 등 주식의 지분율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대주주의 주식 변동을 공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주식 상속 대상과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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