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시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2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로비에서 진행된 '정진석 추기경 선종' 기자회견에서 "정 추기경은 염수정 추기경과 사제,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밝혔다.
허 신부는 "정 추기경은 오랜 전부터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시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고 자주 말씀하셨고, 이게 마지막 말씀이 됐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의식이 있을 때 대부분의 대화는 행복에 관해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허 신부는 "행복하다는 것은 무언가를 소유하거나 많이 갖거나 누리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정 추기경은 늘 "버리는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 추기경은 평소 시간을 쓰는 것에 엄격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는 것이 진정한 자기희생이고, 자기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말씀을 남겼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이 생전 약속한 각막 수술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허 신부는 "정 추기경 선종 후 서울성모병원에서 각막기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며 "김수환 추기경의 사례를 보면 각막이 한 사람 당 1개씩 증여된다. 그분들에게 새로운 빛을 주실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2006년도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이 실시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특별히 부탁했고, 혹시 고령으로 장기기증을 하지 못할 경우 연구용으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직접 글을 썼다.
허 신부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정 추기경이 평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해 지난 3월5일 이후 모든 기구를 떼어내고, 수액만 공급받은 채 2개월을 보냈다"며 "선종 전 4일 간 깨어 계셨는데, 간호사에게 "평화를 빈다"고 인사해 놀랐다.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긴 터널의 잠에서 깨어나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이 남긴 재산은 전액 기부됐다. 허 신부는 "정 추기경은 지난 3월 통장에 있는 잔액 모두를 명동밥집과 아동신앙교육, 선교장학회 등에 봉헌했다"며 "당신의 장례비를 남기겠다고 하셔서 모든 사제가 평생 일한 교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교구에서 거절했다. 현재 통장 잔고에는 800만원이 남아 있었는데, 이 돈을 의료진에게 선물하라고 하셨다. 교구에서 보태 쓰겠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의 장례는 교구방침에 따라 5일장으로 치러지며 앞으로 사흘 동안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반인들이 조문이 가능하다. 장례미사는 오는 5월1일 오전 10시에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으로 봉헌된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