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권을 두고 본인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원칙 있게 일 잘했다”는 평가를 28일 내놨다. 이날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검찰 시절 한 수사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졌는데 야권 지도부인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나서 “공직 과정에서 직업상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감쌌다.
“학습해서 역량 발굴” 조언도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윤 전 총장에 대해 “제가 아는 게 없어서 윤 전 총장에 대해 평가할 수가 없다”면서도 “제가 아는 거라고는 그분이 나름의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국가의 입법·사법·행정 온갖 영역의 일 중에서 형사사법, 그중에서도 과거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일을 원칙에 따라 잘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언급한 ‘과거 행위’는 윤 전 총장이 주도한 ‘적폐수사’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 들어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국가 지도자 두 명을 수사해 사법 처리했다.
이 지사는 이어 “저는 정치인이 국민의 도구라고 본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해 “훌륭한 도구로 학습을 하시고 역량을 많이 발굴하셔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게 결국 정치를 발전시키는 길이기도 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호영 “공직 수행 중 본의 아닌 피해”
주호영 권한대행도 이날 윤 전 총장이 과거 수사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두고 “공직 상 어쩔 수 없는 일”로 설명했다.
이날 같은 당 소속 김용판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을 실감하며, 한때 내게 국기문란범이라는 누명을 씌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윤 전 총장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면서 “진정성 있게 고해성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윤 전 총장께서도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수많은 우국 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서울경찰청장 때인 2013년 6월 윤 전 총장이 이끄는 수사팀에게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2심과 대법원(2015년 2월)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윤 전 총장이 야권, 그중에서 국민의힘과 함께 하려면 본인과 관련자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주 권한 대행은 “일반적으로 공직에 오래 계신 분은 공직 수행 과정에서 있었던 결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것인데 그 점에 대해서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법조계에 있던 분들이 퇴임하면서 ‘내 직무수행 중에 본의 아니게 피해 입은 분께 죄송하다’하는 것도 그런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윤 전 총장이 반드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도 더했다. 주 권한대행은 “(사과는)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