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이라고 불리는 5060세대는 낀 세대다. 아래로는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30대를 자녀를 두고 있고 위로는 노부모 봉양의 의무를 지고 있다. 젊은 시절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고 민주화 운동의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지금은 경제력이 부족한 위아래 세대를 이끌고 떠받쳐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더 큰 문제는 부양 가족이 있음에도 일자리에서 밀려나 퇴직연령(49.1세)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5060세대의 고용 악화는 전체 가구의 생계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세금을 내는 사람은 줄고 복지비 지출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의 일자리 전문 미디어 라이프점프는 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진단하고 민관이 협력해 해결해 나갈 방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연속 보도한다.
5060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득 크레바스(직장에서 은퇴하고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구간)’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퇴직자 1,000명을 조사한 ‘생애금융보고서’에 따르면 ‘생애 주된 직장’을 퇴직한 연령은 50~54세가 38.1%로 가장 많다. 이어 45~49세가 23.2%, 55~59세 20.4%, 40~44세 11.2%, 60세 이상이 7.1%였다. 5060세대의 비중이 65.6% 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세대는 일부 대기업 출신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재취업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 지원 대책이 청년층과 노년층에 집중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장에서 밀려나온 5060세대는 소득 크레바스를 줄이기 위해 저임금, 생계형 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명민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의 5060세대는 자립 능력이 떨어지는 캥거루족 자녀들, 경제력과 건강이 나빠지는 부모 세대를 봉양해야만 하는 서글픈 세대”라면서 “자산 축적을 제대로 못한 가구의 경우 큰 경제 충격이 올 경우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5060세대의 일자리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원장은 “중장년 일자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튼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퇴직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5060의 생계 유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5060세대에 일은 세상과 계속 소통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무적인 것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5060세대를 타깃으로 한 일자리 지원 정책들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현재 △신중년 적합 직무 고용장려금 △신중년 사회 공헌 사업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 등 5060 퇴직자를 위한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중년 적합 직무 고용장려금 제도는 중소·중견 기업이 신중년 적합 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면 1년 간 최대 960만 원의 고용장려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용부는 올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히 디지털·환경 등 신규 직무 29곳을 추가했다. 2011년부터 시행된 신중년 사회 공헌 사업과 2019년 첫 스타트를 끊은 신중년 경력형 사업도 관련 예산과 지원대상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의무화된 재취업 지원 서비스 제도 역시 50대 이상 이직자의 재취업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이 기대된다. 고용부는 올해 코로나19와 급격한 기술 변화 등으로 늘어나는 고령 이직자의 재취업 지원을 위해 450개 기업을 대상으로 무료 ‘재취업 지원 서비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은 기술 변화 등에 따라 늘어나는 이직자를 위한 재취업 지원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술 변화에 따른 업종 전환으로 이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재취업의 애로가 있는 고령자부터 정부의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선·서민우 기자doer0125@lifejump.co.kr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