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등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공동으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지뢰를 제거하기로 했던 합의 사항을 북한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데 우리 군만 일방적으로 남측지역 지뢰를 제거하고 도로를 깔아 유사시 북한 기습로를 열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기호 국민의 힘 의원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등에게 업무보고를 받은 이후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 군은 9.19군사합의에 따라 화살머리고지 및 백마고지 등에서 640발의 지뢰를 제거하고,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했는데 북한은 전혀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화살머리 고지에서 이미 우리측 지역은 (우리 군이) 지뢰제거를 하고 유해발굴을 했다”며 반면 “북한지역은 (북한 군이) 호미질도 한 번 안했다”고 지적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계기로 DMZ지역 공동 유해발굴 및 지뢰제거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한반도 정세가 경색되면서 북측은 사실상 해당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취임후 첫 공개 행보로 DMZ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9.19군사합의 이행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 같은 서 장관조차도 북측이 해당 지역까지 도로개설 등까지만 하고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한 의원에게 28일 답변했다. 또한 북한 행태에 대해 “(9.19)군사합의 이행은 지금 저 상태는 이행이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서 장관은 북측의 합의 미이행에도 불구하고우리측만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인 배경에 대해 유해발굴을 위한 준비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으며 재래식 장애물을 제거했지만 군사적으로 해당 지역이 취약해지지 않도록 병력과 화력, 장애물에 대한 운용계획을 다시 수립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북측이 기습을 한다면 우리 군이 유사시 지뢰 등 추가 장애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장의 우리 군 전사자들은 해당 지역을 지키려고 사망한 것인데 북한이 접근하는 데 용이하게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저승에서 찬성하겠느냐고 질타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