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입학준비금' 혼란 키운 서울교육청

30만원 사용처 제한에 민원 급증
뒤늦게 결제 확대 허용 '오락가락'
'무상교복 정책' 다르게 포장하려다
지원 중복 등 어설픈 제도로 변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월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교육청

올해부터 서울 중고교 입학생들에게 지급된 입학준비금 사용을 놓고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도입한 입학준비금 사용처가 성인 매장 위주로 구성돼 정작 지원금을 입학 준비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무상 교복 정책을 입학준비금제도로 포장하려다 어설픈 정책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제로페이(서울시 간편결제 서비스) 가맹점인 소상공인 업체에서만 입학준비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방침을 바꿔 지난달 말부터 일부 백화점과 아웃렛 등으로 사용처를 확대했다. 입학준비금 사용처를 영세 가맹점으로 제한했다가 일부 매장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되지 않거나 성인용 의류만 취급해 학생 옷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잇따르자 관련 민원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청은 올해부터 중고교 신입생 전체에게 입학준비금 30만 원씩을 지급했다. 교육청,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각각 5 대 3 대 2의 비율로 재정을 부담해 13만 6,700명에게 총 416억 원을 지원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지급받은 입학준비금을 학교의 교복 공동 구매에 사용할 수 있다.


구매 후 남은 금액은 제로페이 포인트로 지급되고 교복을 구입하지 않으면 30만 원 전액이 지급된다. 포인트는 교복·체육복·일상복 등 의류와 원격수업용 스마트 기기 구매에만 쓸 수 있고 지난 2월 말~3월 초 받은 입학준비금은 3개월 내에 소진하지 않으면 회수된다.


하지만 제로페이가 소상공인 지원 제도라는 이유로 교육청이 사용처를 제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혼란은 교육청이 무상 교복 정책을 입학준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예견됐다. 당초 교육청은 무상 급식, 무상 교육에 이어 무상 교복까지 추진하려 했으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탈교복’ 기조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입학준비금을 도입했다.





서울 학생 90% 이상이 교복을 입는 상황에서 입학준비금은 교복지원금과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교육청이 이를 의식해 구매 대상에 사복과 스마트 기기를 끼워넣었지만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학생·학부모가 사용처를 찾지 못해 개학 전 교복 구매에 썼던 카드 결제를 취소한 뒤 재결제하거나 하복을 미리 구매하는 등 입학준비금제도가 사실상 무상 교복 정책과 다를 바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내년부터 입학준비금을 도서·문구 구매에도 쓸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교육급여와 중복되기 때문에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교육청이 올해 입학준비금 구매 물품에 도서와 문구를 포함하지 못한 것도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의 반대 때문이었다.


사회보장위 관계자는 “중위 소득 50% 이하 가정에 교육급여가 지원되기 때문에 입학준비금을 도서나 문구로 확대하면 중복 지원의 소지가 있다”며 “교육청이 도서 등으로 이용을 확대할 경우 지원금이 중복으로 지급되지 않도록 설계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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