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에게 골프란… “말 안 듣지만 사랑스런 막내딸”

29일 개막 군산CC오픈에 초청 선수 출전
"골프실력 야구 방어율로 치면 4점대 후반"
대회 준비 스트레스 탓 체중 2~3kg 빠져
"야구-골프 공통점… 생각 흔들리지 않아야"

인터뷰 중인 박찬호. /사진 제공=KPGA

“골프는 우리 막내딸 같아요. 첫째와 둘째딸은 말을 잘 듣는데 막내딸은 말을 안 들어도 자꾸 용서가 되거든요. 골프도 너무 사랑스럽고 좋아요. 막내도 그렇긴 한데 마음 같이 안 되고요. 그래서 사실 더 노력해요.”


‘코리안 특급’ 박찬호(48)는 “골프가 어렵다”면서 이렇게 비유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군산CC 오픈(총상금 5억원)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대회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이날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라는 별명처럼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2012년 야구 은퇴 후 취미로 골프를 배웠던 박찬호는 수준급 골프실력을 자랑하다 지난달 방송 프로그램 촬영차 프로골프 무대에 도전했다. 이를 계기로 박찬호는 “보다 진지하게 골프에 도전하고, 남자골프 흥행에도 도움이 되는 됐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고, 이를 전해들은 KPGA 투어가 박찬호를 정규 대회에 초청했다.


박찬호는 자신의 골프 실력을 야구에 비유해 달라는 부탁에 “방어율로 따지면 4점대 후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타 능력만큼은 프로골퍼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이날 남자골프의 대표적인 장타자인 허인회(34) 등과 연습 라운드를 돈 박찬호는 “제가 적당히 70~80% 힘으로 치는 게 허인회 프로가 100% 치는 것과 비슷하다”며 웃기도 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2018년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 당시 장타 이벤트 대회에서 허인회, 이승택(26) 등 투어 장타자들을 제치고 우승하기도 했다.




연습 라운드 중인 박찬호 모습. /사진 제공=KPGA

이번에는 ‘셀럽’이 아니라 ‘선수’로 뛰는 박찬호는 정규 대회 첫 도전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체중이 2~3kg 빠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4월 내내 소화가 안 되고, 마른기침도 났다. 알고 보니 시합 준비 스트레스 때문이었다”며 “보는 사람마다 핼쑥해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3일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김형성 프로가 ‘형은 이번 대회에서 멀리 치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비우니 부담감이 싹 내려가면서 소화도 잘 되고 있다”고 했다.


박찬호는 “오비(OB) 한 방 치고 해저드에 나가면 3번 타자에게 홈런 맞고, 4번 타자를 상대하는 기분”이라며 야구와 골프를 비교하기도 했다. 또한 “골프는 공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쉬워 보이지만 생각이 자꾸 움직여 어렵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과녁을 보지 않고 자꾸 타자나 상황을 보니까 생각이 흔들리는 거다”고도 했다.


박찬호는 29일 오전 8시 1번 홀에서 국내 3승, 일본 4승의 김형성(41), 국내 1승, 일본 1승의 박재범(39)과 함께 출발한다.


/군산=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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