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위해 무인 시스템 도입 속도내는 대학들…설자리 잃어가는 경비원

경비원 “근로환경 악화·교내 치안 불안 우려”
대학 “최신 경비시스템 도입으로 공백 없어”
코로나로 무인화 가속화…일자리 갈등 불가피

경비원과 미화원들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대학 측의 무인화 방침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방진혁기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회 곳곳에 무인(無人)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대학가도 경비인력 감축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십 수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인하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대학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대기업 계열 보안회사와 계약을 맺고 무인경비 시스템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대학 경비원들은 급격한 인력 감축은 기존 인력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무인화 추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양측의 갈등도 길어질 전망이다.


28일 대학가와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의 사립대학 곳곳에서 경비 인력 감축을 둘러싸고 대학과 노조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2018년부터 대기업 계열 보안회사와 계약을 맺고 야간경비를 무인경비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경비초소를 없애고 매년 10여명씩 경비인력을 줄여가며 빠르게 무인경비체제로 전환 중이다. 연세대는 정년퇴직으로 올해 줄어든 경비인력 16명에 대해서도 올해 추가 고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무인화가 어려운 미화 인력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고용 인력만 유지할 계획이다.


이같은 갈등은 인근 홍익대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2019년 대기업 계열의 보안경비기업과 계약을 맺은 홍익대는 경비초소 여러 곳을 폐쇄하고 보안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홍익대는 올해도 경비원 정년 퇴직자 3명에 대한 충원과 임금인상 문제를 두고 노조와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7일에는 홍익대 학생들이 교내 경비원들과 함께 2019년 출근 도중 과로로 쓰러져 숨진 경비원의 추모제를 열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진국 공공운수노조 홍익대분회장은 “심야에 학생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경우 즉각 대응하려면 경비원이 필요하지만 학교 측은 무인화 초소를 도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경비인력을 감축해도 교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신 무인감시·경보시스템을 통해 비상상황 발생시 전문보안요원이 즉각 출동·경비할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서강대의 경우 기숙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에 무인경비를 도입하고 학내 순찰도 출동 경비인력에 맡겼다.


대학 적립금을 경비원들의 고용유지와 임금인상에 사용하라는 노조 주장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반박한다. 연세대의 한 관계자는 “대학마다 재정상황이 심각한 상태”라며 “더구나 적립금은 용도가 지정된 건축·장학·연구목적의 기부금이라 용도에 맞지 않는 인건비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대학가의 무인경비 시스템 도입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이은 코로나19로 무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비원들의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7년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한 108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스템 도입 이후 경비원은 22%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비 시스템 도입이 늘면서 무인 경비업체 상위 3사의 매출은 2018년 3조1,197원에서 지난해 3조6,375억원으로 2년 새 16% 넘게 증가했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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