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3명가량으로 압축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29일 열린다. 하지만 유력 후보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늦춰진데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까지 맞물리면서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논의에 오랜 시간을 소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수가 많아 후보 압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이날 10시 법무부에서 회의를 열고후보군을 압축한다. 법무부가 국민 천거를 받아 추천한 인사 14명이 대상이다. 법무부는 최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 인사 명단과 기초 자료 등을 넘겼다. 다만 한동훈 검사장 등은 인사 검증 동의를 철회해 최종 심사 명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심사 대상자 가운데 3명 이상을 선정,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박 장관은 이들 중 한 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등 일정을 고려하더라도 늦어도 6월 전까지 차기 검찰총장이 임명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팍의 시각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개최되면서 이목은 ‘누가 최종 후보군으로 꼽히는가’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은 친(親)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하지만 김 전 차관 불법출국금지 의혹 사건으로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최종 후보군으로 꼽힐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수사를 정권 코드에 맞춰 검찰 내부 신망이 두텁지 않은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법조계 안팎에서 이 지검장이 유임되면서 최종 후보군에 선정되지 못한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남 영광 출신인 김오수 전 차관도 유력 주자 가운데 하나로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차관으로 손발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차관 시절 법무부·대검찰청 갈등을 중재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약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전북 남원 출신인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과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등도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 직무대행은 현 정부 초기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 팀장을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햇다. 추 장관 시절에는 검찰국장을 역임했다. 법무부·대검이 충돌한 이른바 ‘추·윤 갈등’ 때 추 전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해 후보군에서 멀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 전 고검장은 전남 담양 출신 특수통으로 2018년 강원랜드 의혹 특별수사단장을 맡을 당시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을 채용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앞서 대검 차장을 지낸 구 고검장은 인천 출신으로, 지역색이나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조계 안팎에서 유력 후보군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지만, 정착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 지검장의 수사 지속·기소 등 여부를 논의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날까지 열리지 않으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수사심의위 판단 없이 회의를 열고, 이 지검장을 최총 후보로 꼽을 지를 논의해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양창수 수사심의위원장은 전날인 28일까지 수사심의위원 15명을 추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 수사심의위는 위원 15명을 추첨하고, 이들에게 소집 당일 출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위원 선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사심의위 소집 날짜도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당일 소집이 어려운만큼 수사심의위가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열리고 난 뒤인 30일 이후에나 열릴 수 있다는 게 검찰 안팍의 공통된 시각이다.
게다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차관은 최근 서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공익신고서 접수 단계에서부터 피신고인 11명의 명단에 포함됐던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 등 개인정보를 보고 받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긴급 출국금지 조처가 이뤄진 사실을 알고도 출금을 승인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김 전 차관 서면 조사 등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차관은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연락이 되지 않아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심의위·검찰 수사 등이 맞물리면서 3명 이상의 검찰총장 후보군을 추천해야 할 위원들의 고심도 깊어질 수 있는는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이번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며 “누구를 최종 후보군으로 올리고, 또 이 가운데 어떤 인물을 박 장관이 추천하느냐에 따라 쓰나미급 후폭풍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누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최종 임명되더라도 검찰은 한동안 혼돈을 피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의 고민이 길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