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MZ세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필자와 같은 50대 후반 세대에는 자식이나 조카뻘이다. 이들 세대가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헬조선’이다. 1970~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항상 배고프고, 학교에 가면 사랑의 매라는 미명 아래 폭력에 상시 노출되고,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쫓겨 다니고 고문 받던 그때가 더 지옥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말을 하면 꼰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아들딸 세대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기성세대는 대부분 가난한 부모를 가진 덕분에 역설적이게도 기회의 평등이 주어졌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와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처지가 너무나 달라 공정성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의 생각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데 힘써야 한다. 기회에 최대한 공정성을 보장하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지적한 대로 성과 주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그림을 제대로 팔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작품 한 점 한 점이 보물과 같은 가치를 갖게 됐다. 당시 기성 화가들이 고흐의 화풍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의 기성세대도 미래에 각광받을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주장이 다소 미숙하더라도 무시하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0년 정도 뒤의 미래는 지금 젊은 세대의 것이 될 텐데 앞으로 우리나라를 살릴 인재가 누구인지 기성세대들이 정확히 알아볼 수 있을까. 공기업의 사장으로서 1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진정한 인재를 떨어뜨리지 않을 안목이나 방법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토익 점수 같은 스펙으로 서류 전형에서 응시자의 90% 정도를 탈락시키는 지금의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실력을 증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응시자의 희망을 도매금으로 잘라내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인사 부서 관계자의 자녀도 다른 회사에 가면 똑같은 취급을 당할 수 있기에 남의 일 보듯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상황만 아니라면 서류를 접수하는 젊은 구직자 모두에게 적어도 필기시험 응시 기회는 줘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시험 볼 기회를 준다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큰 경험과 동기 부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채용 공고가 100일 정도 남았는데 어떻게 진행할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주는 것이 이 사회와 기성세대가 할 일이 아닐까.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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