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도 조선왕조실록도 전통 한지 덕에 문화유산 됐죠”

이배용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단장
韓서 올린 인류기록유산 16건 중
승정원일기 등 13건이 종이 한지
자연순리 따르는 외발뜨기 기법등
창조성 강조해 2024년까지 등재

이배용 전통 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단장 /연합뉴스

“훈민정음·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등도 전통 한지가 있었기에 후대에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될 수 있었습니다. 전통 한지는 역사성·예술성·과학성 면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이유가 차고 넘칩니다.”


전통 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추진단의 단장을 맡은 이배용(사진) 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이른 시일 내 전통 한지를 등재하는 데 열정을 쏟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출범한 추진단은 1년 전부터 자문위원단·사무국 등을 구성해왔으며 앞으로 관련 학술 문헌과 연구 성과를 정리해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이화여대 총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우리나라 사찰 7곳과 서원 9곳을 유네스코 유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사학계 원로다.


유네스코는 그동안 한국의 농악, 종묘제례악, 판소리, 줄타기, 김장 문화, 아리랑 등 21개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현재 하회탈 등 탈을 신청한 상태이며 전통 한지도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이 단장은 “전통 한지가 그 가치와 우리 문화의 얼을 전하는 기본 매체라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회의가 언제 열릴지 모르지만 늦어도 오는 2024년 등재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중국 선지, 일본 화지와 비교해 우리 한지가 가진 문화적 다양성과 창조성을 유네스코 측에 강조할 계획이다. 그는 “한지는 자연의 순리를 외발뜨기 기법 등 종이 제조법에 적용해 자연과 더 가깝다”며 “조상들의 친숙한 일상 재료로서, 또 기록 문명 소재로서 등재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기록유산은 훈민정음·조선왕조실록·직지심체요절 등 총 16건이다. 이 중 전통 한지를 사용한 기록유산은 13건에 달한다. 그는 “질기고 견고한 지속성 때문에 우리 유산을 계승 발전할 수 있었다”며 “이탈리아에서 전주 한지가 공식 복원 용지로 인정받는 등 품질의 우수성도 재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국에 낙후된 전통 한지 공방들을 운영하는 장인들은 등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현재 개인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추진단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발대식에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동영상 축사를 보내 지지를 표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전통 한지의 역사와 그 가치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눈길을 끌었다.


추진단 발족에 앞장선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은 “종이 문화의 소재인 우리 종이, 전통 한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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