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분묘기지권있어도 토지 사용료 내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사진=대법원

오랜 기간 다른 사람 소유의 땅에 묘지를 관리해왔다고 하더라도 땅 주인이 사용료를 청구하면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땅 주인 A씨가 자신의 땅에 조상 묘를 쓰고 관리해온 B씨를 상대로 낸 토지사용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경기도 이천시 일대 토지에 1940년 사망한 조부와 1961년 사망한 부친의 묘를 써서 현재까지 관리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해당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관습법 상 인정되는 권리다.


A씨는 2014년 B씨의 조상 묘가 포함된 토지를 경매로 사들였고 B씨를 상대로 조상묘 사용에 따른 대금을 청구했다. 이에 B씨는 분묘기지권이 있기 때문에 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이용료를 지급하지않았다.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분묘기지권을 사용해 토지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심에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땅 주인이 토지사용료를 청구하면, 분묘기지권이 있어도 청구하는 시점부터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 행사로 땅 주인은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토지 사용료를 통해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다만 B씨에게 토지사용료 청구 이전의 사용료까지 모두 지급하도록 하면 관습법으로 인정되던 분묘기지권 자체가 부정되는 만큼 청구 시점 이후에 대해서만 사용료 지급 의무가 있다고 봤다.


한편 소수의견으로 원심 판결을 파기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20년 이상의 토지 사용으로 분묘기지권이 성립됐다면 땅 주인이 묵시적으로 무상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낼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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