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硏 KDI마저 "재정 정상화 노력하라"

[정부 확장재정에 '쓴소리']
韓보다 적자 폭 컸던 日·獨·호주
경기회복기 엄격한 정상화 목표 세워
"긴급수요 대비 재정여력 제고해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재정을 급속히 확장했으나 이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국책 연구 기관의 쓴소리가 나왔다. 경기 회복기에 재정 기조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대규모 재정 적자와 급증하는 국가 채무로 인해 긴급한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지출 수요 확대로 재정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우려와도 일치한다.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코로나19 위기 시 재정의 경기 대응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쳤던 해외 주요국이 신속한 재정 정상화를 계획 중인 반면 한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3.6%에 달했던 재정 적자 규모를 오는 2024년까지 2.7%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올해 6.9%까지 상승한 재정 적자를 내년부터 0%로 낮춰 균형을 맞춘다. 호주는 지난해 10.6%였던 재정 적자 규모를 2023년까지 3.1%로 줄이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올해 GDP 대비 4.5%의 재정 적자를 기록한 뒤 내년과 2023년 4.0%, 2024년 3.9%의 적자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독일·호주 3개국 모두 지난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이 한국보다 컸으나 코로나19 회복 이후에는 한국보다 엄격한 목표치를 세운 것이다. 이는 안정적인 경기회복세 전망에 따른 것이지만 한국 정부 역시 2024년까지 4%대 초반의 경상 성장률을 전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에도 한국 정부가 큰 폭의 재정 적자와 가파른 국가 채무 증가세를 지속하는 것은 구조적인 지출 증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기회복보다는 양극화, 인구 및 산업 구조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중기 재정 소요 확대를 재정 계획에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진욱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모형총괄)은 “구조적인 재정 소요가 반영된 반면 재정 수입이 이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해 그 갭(적자 폭)이 유지되는 것”이라며 “단기적·일시적 지출의 경우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면 필요성이 줄어들어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구조적 지출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역시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한국의 중장기 재정 부담을 인식하고 재정 건전화 노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드 구스만 무디스 한국 담당 이사는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중기적으로 재정 건전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전망이 수반되지 않은 채 한국의 부채가 더욱 악화한다면 신용 등급에 부정적일 수 있다”며 “인구 고령화는 한국의 현재 경제 및 재정 견고성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구조적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확장 재정을 펼친 뒤 경기 회복기에 재정 기조를 빠르게 정상화하지 않으면 향후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대응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 허 연구위원은 “복지 등 구조적 지출을 늘릴 때 신중하되 그래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세원 확보 노력과 장기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며 “직접적인 증세가 당장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여유 있을 때 논의를 시작하고 국민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에 수립된 한국의 2020~2024년 국가 재정운용계획과 일본(지난 1월), 독일(지난 3월)의 전망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2021~2025년 중기 계획은 최근의 경기회복세와 경제사회 여건 변화, 중장기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보다 역점을 두고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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