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논란 이성윤 결국 탈락...'文 믿을맨' 김오수 급부상

檢 총장추천위 후보군 확정
구본선·배성범·조남관 등 4명 추천
후보군 모두 요직 거친 엘리트 검사
정권말기 '방패막이' 필요성 커져
檢개혁 함께해온 김오수 유력 관측

박상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과천=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군이 김오수(58) 전 법무부 차관(사법연수원 20기) 등 4명으로 압축됐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에 연루돼 논란이 커지며 결국 탈락했다. 정권 말기 친(親)정부 성향의 인물로 방패를 세울 필요성이 컸지만 유례없는 ‘피의자’를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시키기에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4명의 후보군에도 친정부 성향의 인물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의 ‘믿을맨’으로 평가되는 김 전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 개혁을 마무리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김 전 차관과 구본선(52) 광주고검장(사시 23기), 배성범(58) 법무연수원 원장(23기), 조남관(56) 대검찰청 차장검사(24기)를 차기 검찰청장 후보로 추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국회 인사 청문회 등 일정을 고려해도 다음 달 말까지는 차기 검찰총장이 임명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전망이다.


당초 추천위 회의는 장시간 마라톤 회의가 예상됐다. 심사 대상만 13명인 데다 유력 후보로 지목됐던 이 지검장에 대한 입장 차이 등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천위원 간 이견 없이 4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사실상 만장일치 격의 결론이 나왔다는 게 추천위 측의 설명이다.


추천위 위원장인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회의 직후 ‘추천위원 간 이견이 없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분위기가 좋았다”고 대답했다. 표결과 관련해서는 “필요할 때는 표결했지만 사실상 표결이 그렇게 중요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모두가 합의하는 그런 방식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이 후보군에서 제외된 배경에 현재의 수사 상황이 반영됐는지를 묻자 “그렇지 않다.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1강’으로 거론됐던 이 지검장이 조기 탈락하면서 신임 검찰총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도 일단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의 사건’ 수사가 진척되는 상황에서도 이 지검장이 검찰 조직의 새로운 수장으로 거론되자 정부에 대한 여론은 악화 일로로 치달았다. 이 지검장이라는 카드를 계속 고집하다가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추미애·윤석열 사태의 피로감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경험이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검찰총장 레이스 ‘2라운드’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누가 이성윤의 차선책이 될 수 있는가’ 여부다. 4명의 후보 모두 검찰 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검사들로 평가받는다. 유일한 검찰 외부 인사인 김 전 차관은 지난 2018년 6월~2020년 6월까지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이 기간 동안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장관을 보좌하는 등 문재인 정부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특수부 폐지 등 문재인 정부의 역점 과제인 검찰 개혁에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에 대해 최근 검찰에서 서면조사를 받는 등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점은 약점이다.


현직 검찰 간부인 나머지 세 명의 후보들은 현 정부의 ‘역린’을 자극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한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구 고검장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대검 차장검사로 근무하면서 윤 전 총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다. 이후 조 차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윤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날 때까지 곁에 있었다. 배 원장은 ‘윤석열 체제’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일련의 과정들을 종합하면 현시점에서 정부가 손을 내밀 만한 후보는 김 전 차관밖에 남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정권 말 검찰총장 임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의 칼 끝이 어디로 향해 있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가 뒤바뀔 수 있고, 정권이 바뀔 경우 그 칼에 찔릴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고심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 입장에서도 이 지검장을 임명해보려다 뜻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친정부 성향인 김 전 차관을 올리고 주요 수사는 중앙지검이 잡고 있으니 이 지검장을 스테이(유임)시켜 틀어막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검찰총장 후보 결정에 대해 “추천위의 결과를 존중한다”며 “지금부터 제청권자로서 맡은 바 절차에 따라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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