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K바이오 기술 수출의 씁쓸한 뒷맛

임지훈 바이오IT부 차장


임지훈 바이오IT부 차장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기술수출 소식이 들려온다. 수출국은 미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으로 다양하다. 수출된 기술도 히알루로니다아제, 코로나19 치료제, 면역 항암제 후보 물질,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등 다채롭다.


연초부터 기세 좋은 ‘K바이오’는 올해도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기술수출 10조 원’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 들어 1분기에만 벌써 4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기술수출액을 기록했다. GC녹십자랩셀·대웅제약 등 제약사가 끌고 제넥신·알테오젠 등 바이오사가 밀면서 이룬 성과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기술수출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반도체와 자동차·기계 등 주력 품목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부문의 수출 증대는 국가 경제의 위험 분산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제약·바이오 업계가 나라 전체의 수출을 견인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개별 업체와 업계 전반, 나아가 국가 전체의 ‘경사’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은 ‘도전을 이어갈 경우 더 큰 결실을 맺을 수도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기술수출이 수조 원의 매출을 안겨줄 수 있다고 치면 그 기술로 완성한 신약은 수십조 원의 매출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 아쉬움에 안타까움까지 얹어지는 것은 우리 업체들이 글로벌 혁신 신약을 개발할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기술수출이라는 일종의 ‘중간 출구 전략’을 택하고 있어서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한 여정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상 3상의 경우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이 소요된다. 업계는 이를 위해 이미 수년 전부터 정부의 후기 임상 비용 지원 확대, 민관 합동 메가펀드 조성 등을 요구해왔다.


정부의 정책은 아직 업계의 요구를 충족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초기 임상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민관이 참여하는 1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이 필요하고 신약 개발을 위한 논의와 정책 입안의 출발점은 업계 요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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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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