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있는 연봉 5,000만원 직장인, 7억 서울 집 대출한도 1.1억 줄어든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은행 대출문턱 더 높아진다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 4% 억제"
2023년 가계대출 76% DSR 적용
신용대출도 만기 줄여 깐깐한 심사
갭투자 노린 '영끌' 차단한다지만
실수요자 내집마련 더 어려워질듯




29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8%에 달하는 증가세를 4%대로 낮춘다는 게 목표다. 기존에 각 은행별로 적용해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카드 60%, 보험 70%, 저축은행 등 90%) 규제를 개별 차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담보 가치 기준의 대출 심사 관행을 상환 능력 심사로 바꾸면 이른바 ‘갭 투자’ 등을 틀어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주택 투기 수요를 억누르면서 가계 부채 총량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저소득층이나 신용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는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위험 수위에 은행 문턱 더 높인다=가장 큰 변화는 DSR의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9억 원 초과 주택이나 연소득 8,000만 원이 넘는 이가 1억 원 초과의 신용 대출을 받는 경우 DSR 규제를 적용 받았다. 이번 관리방안은 올해 7월부터 이를 전 규제지역 6억 원 초과 주택과 1억 원 초과 신용 대출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2억 원이 넘는 243만 명(전체 차주 중 12.3%)도 상환 능력 심사를 받아야 한다.


오는 2023년 7월에는 전체 가계대출의 76.5%(금액 기준)에 DSR 규제가 적용된다. 총 대출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모두 DSR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주 수로는 568만 명으로 전체 차주의 28.8%에 달한다.


신용 대출의 경우 DSR 산정 체계도 일부 바뀐다. 현재 일부 주택담보대출(원리금 분할 상환)은 실제 만기를 적용하고 있지만 신용 대출은 만기 10년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올 7월부터 7년으로 줄이고, 내년 7월에는 5년으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한다. 대출 상환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짧아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이 신용 대출을 깐깐하게 심사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전문가들은 DSR 적용 확대가 가계 부채의 고삐를 틀어쥐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DSR 40%도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증가세 완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행에 가계 부채 부실화에 대비해 충분한 ‘안전판’을 마련하도록 한 것도 총량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다.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가계대출의 증가 수준을 고려해 은행권에 최대 2.5%포인트가량의 ‘경기대응 완충 자본’을 쌓도록 했다. 현재 은행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10.5% 맞춰야 한다. 완충 자본이 도입되면서 이 비율이 최대 13%까지 높아지는 셈이다. 추가 자본을 적립하지 않는 은행에 대해서는 이익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성과 연동형 상여금 지급이 제한된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대응 완충 자본이) 이론적으로 가계 부채를 줄이는 데 바람직한 제도”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대 2.5%포인트의 자기자본비율 확충과 예보료를 더 내게 하는 게 은행에 가계대출을 줄일 수 있는 유인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갭 투자 잡는다”지만 실수요자 피해도 우려=다만 일각에서는 DSR을 개별 차주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소득이 6,000만 원인 직장인이 은행에서 신용 대출 1억 2,000만 원을 받는 경우 현행 기준으로는 DSR 40%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7월부터는 DSR 40%가 적용돼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저소득층도 대출 한도이 줄어들 수 있다. 서울에서 6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 현재는 2억 2,000만 원가량을 빌릴 수 있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통상 적용하는 DSR 70%를 기준으로 한 한도다. 하지만 연소득 2,000만 원인 이가 연금리 2.5%로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대출 한도는 1억 2,600만 원에 그친다. 산술적으로는 2억 원가량이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같은 방법으로 만기 30년 대출을 계산해도 대출 가능 금액은 2억 9,500만 원에서 1억 6,900만 원으로 낮아진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고소득자의 경우 기존 LTV 제한 때문에 큰 영향이 없지만 저소득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 대출이 있는 경우에도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 연소득이 5,000만 원이면서 금리 3.7%에 한도가 5,000만 원인 마이너스 통장을 보유한 이가 규제 지역인 서울 아파트를 7억 원에 구입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현행 기준으로 금리 2.7%에 30년 만기로 하면 2억 8,000만 원을 대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7월 바뀌는 기준을 적용하면 대출 금액이 2억 3,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2022년 7월에는 1억 7,000만 원으로 쪼그라든다. 은행권에서는 주담보 대출보다 신용 대출을 받기가 더 깐깐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 당장 집을 마련해야 하는 서민들의 경우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될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 당장 내 집 마련이 급한 수요자들은 대부 업체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된다”며 “대출정책은 금융권의 자율성에 맡겨야 하는데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개입하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실수요자는 DSR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현재 대출 한도에서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 LTV 한도 보다 DSR 한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라며 “갭 투자 같은 경우는 DSR 제도가 도입되면서 굉장히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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