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바이든 5월21일 첫 대면...'北대화 vs 中견제' 갈림길

■한미정상회담 일정 확정
文대통령,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강조 전망
美바이든은 '반중 전선' 참여 촉구할 가능성
백신·반도체·한일관계 등도 주요 관심사이나
미중갈등 국면 한미 이견 좁혀야 해법 나올듯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21일 만에 한미 간에 열리는 첫 대면 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미국으로 직접 초청해 대면 만남을 갖는 것은 지난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5월 21일(미국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30일 동시에 발표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대면 정상회담을 조기 개최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 정상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포괄적·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확대·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긴밀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함께 하기를 고대한다"며 "문 대통령의 방문은 양국 간 철통 같은 동맹과 정부·국민·경제의 광범위하고 깊은 유대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대북 전략, 한국의 반중 전선 참여 여부가 양국 간 최대 핵심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공급, 반도체 수급 문제 등도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야 할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1차 접종 5주 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차로 맞았다. 문 대통령 내외는 당초 6월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에 맞춰 5월 중순에 2차 접종할 예정이었으나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접종일을 2주가량 앞당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핵·반중 이견이 백신·반도체 실리 외교에도 연쇄 영향


외교가와 정치권에서는 오는 5월 21일로 확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북미 대화 조기 재개, 종전 선언 구상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핵심 의제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쿼드(Quad,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협의체) 동참을 비롯한 반중(反中) 전선 동참, 한일 관계 개선 등을 우리 측에 요구할 가능성을 점친다. 최대 현안인 북한·중국 문제를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상당한 만큼 이들에 대한 전향적 합의 여부가 코로나19 백신, 반도체 수급 등 나머지 실리적 현안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30일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 방안을 비롯해 경제·통상 등 실질 협력과 기후변화·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 협력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북 문제를 가장 앞세우면서 백신·반도체 등 나머지 사안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일본의 강경 기조만 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미일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멈춰 있는 한반도 평화 시계를 다시 돌려야 한다”며 대북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16일 진행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북한 전략만 언급했다. 판문점 선언 3주년인 27일에 “한미정상회담이 대북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을 맞아 조지아주 덜루스의 인피니트 에너지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반중 전선 참여를 촉구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함께하는 것처럼 인도·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 주둔을 유지할 것이라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린치핀(핵심축)’으로 표현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 반도체 수급 문제 등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회담 성과에 따라 미국산 백신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적어도 이미 계약한 미국산 백신 물량의 공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다만 이들 의제는 북한·중국 문제에 대한 합의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최근 백신·반도체 수급 문제 등을 모두 중국 견제 전략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쿼드가 정상회담 의제로 정해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국의 아시아 백신 허브국 지정 구상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대응 협력 세부 과제는 현재 준비 중이고 다른 주제도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고 기업인 동행 가능성에 관해서는 “코로나19로 전체적인 수행단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안보와 경제는 외교에서 불가분의 관계”라며 “우리 정부가 중국 눈치 보기를 그만 내려놓아야 미국 쪽에서 백신·반도체 등에 대한 보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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