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담] 세월호 특검의 9번째 조사는 7년 된 진실 밝힐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文대통령 "'나라다운 나라' 외침 잊지 않았다"
8번 조사에도 의혹 남아 민변 출신 특검 임명
특검보 2명도 구성..."한 치 의문 남기지 말라"
5월 중순 수사 개시...CCTV 조작 여부 등 관건
진실 규명 따라 대선 앞둔 정치권 영향도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인 지난 2014년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임기 1년을 남기고 결국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가 출범했다. 세월호 특검은 특검을 상시로 도입하는 내용의 ‘상설특검법’ 통과 후 첫 적용 사례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최대 실정 중 하나로 지목돼 온 만큼 이번에는 CC(폐쇄회로)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에 대한 진실이 완전히 규명될지 이목이 쏠린다. 특검 수사 결과가 대선 정국을 앞둔 정치권에 영향을 끼칠지 여부도 또 다른 관심사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지난달 1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인양돼 있다. /연합뉴스

文 “‘나라다운 나라’ 외침 잊지 않아...끝까지 진상규명”


세월호 침몰 사건은 지난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전체 탑승자 476명 중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다. 특히 희생자 가운데는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많아 당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7주기를 맞은 지난달 1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월호의 기억으로 가슴 아픈 4월입니다”라며 진상규명을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이들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된 지 7년이 되었다"며 “살아 우리 곁에 있었다면 의젓한 청년이 되어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짧지 않은 시간이다. 미안한 마음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의 버팀목으로 아린 시간을 이겨오신 가족들과 함께해주신 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진실만이 비극을 막고, 생명이 소중한 사회를 앞당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과 특검을 거론하며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며 “속도가 더뎌 안타깝지만, 그 또한 그리움의 크기만큼 우리 스스로 성숙해 가는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12일 기억을 넘어 희망을 품는 ‘4·16민주시민교육원’이 문을 열었다. 오는 6월에는 ‘해양안전체험관’이 본격 운영되고 12월에는 ‘국민해양안전관’이 준공된다. 모두 아이들이 우리에게 남겨 준 것들”이라며 “‘4·16생명안전공원’과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 역시 귀중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슬픔에 함께하고 고통에 공감하면서 우리는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며 “지금의 위기도, 언제 닥칠지 모를 어떤 어려움도 우리는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국민들의 외침, 잊지 않고 있다”며 “안전한 나라를 위해 오늘도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 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 줄 것을 의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이현주 변호사에게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에 민변 출신 이현주 임명…文 “한 치 의문도 남기지 말라”


이후 특검 임명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국회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는 22일 특검 후보자로 이현주·장성근 변호사를 추천했고, 문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이현주(62·사법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특검에 임명했다. 세월호 특검은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업무를 맡는 자리다. 이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전·충청지부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2007년 법무부 인권정책과장, 2016~2017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소속의 권선택 전 대전시장 재임시 대전시 정무부시장 등을 거쳤다.


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본관에서 이 변호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가진 환담에서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상처와 한을 남긴 사건으로,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혹이 남아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안전한 나라,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에 대해 한 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공익적 변호사 활동을 해왔을 뿐 아니라 행정 경험이 풍부해서 세월호 참사 특검으로 적임자이기에 추천을 받자마자 바로 재가했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특검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29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보에 서중희·주진철 변호사를 임명했다. 특검법에 따라 이 특검은 대통령에게 요청해 2명의 특검보를 둘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2월1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7년 지나도 의혹 남아…9번째 세월호 조사


이번 특검 수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9번째 조사가 될 전망이다. 사고 당시부터 최근까지 8차례 조사가 진행된 데다 7년이라는 기간이 지난 만큼 특검 수사가 사실상 마지막 조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2014년 첫 검찰 수사에 이어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선체조사위 조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 등이 이어졌다. 검찰 수사에서는 사고 원인, 구조 실패, 청해진해운 비리, 해운업계 비리와 관련해 총 399명이 입건되고 154명이 구속됐다. 구조 실패와 관련해서는 진도VTS센터장, 현장에 출동한 123정장 등 17명이 입건되고 5명이 구속됐다.


2019년 11월 출범한 검찰 특수단은 1년2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하며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가운데 단 2건만 기소했다. 나머지 15건은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특수단은 ▲해경의 구조 책임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검찰 수사 외압 의혹 ▲감사원 감사 방해 의혹 ▲세월호 관련 증거조작 의혹 ▲국정원과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을 살폈다. 임관혁 특수단장은 지난 1월19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가족분들이 기대하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서 분명히 실망하시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저희는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 없고, 있는 그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법원은 올 2월15일 1심에서 구조 실패 혐의를 받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당시 재판부는 “각급 구조본부는 세월호 사고 직후 각자 사용 가능한 통신 수단으로 세월호와 교신하려고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로서는 선장의 퇴선뿐만 아니라 세월호가 본래 갖고 있던 선체 결함으로 예상보다 빨리 침몰한 점 역시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CCTV 조작 의혹 등 수사 핵심…정치권 여진 가능성도


이번 특검은 세월호 침몰 자체와 구조 문제에 관한 수사가 아니라 사고 관련 증거자료 조작·은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특검 수사 대상은 ▲세월호 내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세월호 DVR(영상녹화장치) 수거 과정에 대한 의혹 ▲DVR 관련 청와대 등 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이다.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기 3분 전까지만 저장장치에 영상이 남아 있어 누군가 기록을 조작했을 수 있다는 의혹과 DVR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장치를 바꿔치기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수사의 핵심이다. 사참위 역시 지난달 13일 “특수단 수사 결과에 대해 엄중한 문제의식을 갖고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검은 5월 중순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법상 60일 동안 수사를 할 수 있고, 대통령 승인을 받으면 30일까지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세월호 특검 출범으로 7년이 지난 참사의 역사적 진실이 완전히 규명될지는 수사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부터 강한 의지로 특검에 힘을 실어 준 만큼 역대 어느 조사 때보다 기대가 높은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기소 결과에 따라 대선 정국을 앞둔 정치권에 여진이 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수사 결과에 대한 여야 반응에 따라 책임 공방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 정권이 이미 탄핵으로 종지부를 찍은 만큼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나마 특검 절차에 협조하고 추모식에 참석하는 등 시각을 다소 바꾼 점도 세월호 수사 결과의 정치화 가능성을 조금은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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