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와 의정부 동북쪽 경계를 이루는 천보산맥을 위성사진으로 보면 정확히 반원형이다. 여기에 현재 양주시청이 있는 불곡산과 도락산 산록이 서쪽으로 이어지면서 양주 일원을 둥그렇게 감싸고 있다. 이런 산세 때문에 양주는 분지처럼 보이는데 이 중심부를 임진강에서부터 계속 남하하는 3번 국도가 관통한다. 이 3번 국도는 아마도 삼국시대 이래로 임진강 이북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주요 교통로였을 것이다. 5세기경 고구려의 남하 정책이 한창이던 시절 고구려 군사들이 바로 이 도로를 통과해서 한강까지 파죽지세로 내려왔다.
3번 국도가 양주를 통과하면서 거치게 되는 이 깔때기 구조는 적에게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반대로 방어하고자 한다면 이 도로를 통과하는 적을 바라보면서 손쉽게 제어할 수 있으니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지난 1997년 이 천보산맥과 불곡산, 그리고 도락산 산봉우리들에서 고구려의 소규모 보루들이 수십 개 발견됐다. 이 보루들은 앞서 한강 유역 아차산 산록들과 용마산·수락산 등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성격의 ‘고구려 진지’들임이 확인됐다.
이 유적들을 어떻게 찾았을까. 그 단초는 산봉우리 아랫자락에서 발견된 손톱만큼 작은 토기 파편이었다. 마치 헨델과 그레텔이 조약돌을 따라 집에 돌아오는 길을 찾았던 것처럼 점점이 떨어진 이 토기 조각을 따라 산봉우리에 오르자 통신 기지국 건설로 파괴되면서 흩어진 엄청난 양의 고구려 유물들이 발견됐다. 이 유적들의 발견으로 5세기경 고구려의 남진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뒤이어 여러 기관에서 정밀한 발굴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작은 진지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해서 남쪽의 백제와 신라를 효과적으로 견제했던 고구려의 군사 전략이 확인됐다.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남한 지역 고구려 유적들의 발견은 아주 작은 토기 조각 한 개로부터 비롯했다. 물론 그 작은 유물의 가치를 알고 있어야 가능했던 일이지만. /김충배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