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오후 8시21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태양이 떠오른다. 지난 2018년 대표작 ‘예술가의 초상’이 1,019억원에 낙찰돼 당시 생존작가 세계 최고가를 세웠던 호크니가 처음 시도한 애니메이션 신작 제목은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 코엑스의 앞 박스형 전광판인 케이팝스퀘어를 통해 2분30초 동안, 5월 한 달간 매일 상영될 예정이다.
이 작품과 독특한 전시 방식의 시작을 되짚어 올라가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영국의 예술감독 조셉 오코너가 코로나19로 모든 미술관과 갤러리가 ‘셧다운’ 한 상황에서 작업실에만 갇혀 지내며 “전시가 중단된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하나”를 고민한 게 시작이었다. 오코너는 지난해 말, 유럽 최대 규모의 스크린인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의 ‘피카딜리 라이트’ 측에 “매일 20시 20분에 딱 3분만 예술작품을 위해 전광판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장 상업적 매체인 전광판이 잠시 상업활동을 중단하고 순수한 예술로 사람들을 만나게 만드는 특별한 제안이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서카(CIRCA)’ 라는 이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여기에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LA의 펜드리 웨스트할리우드, 일본의 유니카비전을 비롯해 한국의 코엑스 케이팝스퀘어 미디어가 참여했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이번 작품을 제작한 호크니는 영상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떠한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대형 스크린에 펼쳐질 나의 작품과 마주할 모든 이들이 이를 경험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서카 프로젝트의 한국 측 진행은 바라캇 컨템포러리가 맡았다. 오는 8월에는 한국작가의 작품이 서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