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핵심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지역정당에 패배했다.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대확산 상황에서 펼쳐진 이번 선거에서 모디 총리의 방역 실패 책임을 놓고 민심이 분노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BBC 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발표된 잠정 투표 집계 결과 인도 동부 웨스트벵골주의 주의회 선거에서 지역정당인 트리나물콩그레스(TMC)가 주의회 전체 294석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00여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여당인 BJP는 80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웨스트벵골주의 마마타 바네르지 총리가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도의 유일한 여성 주 총리다.
인구 9,000만명의 웨스트벵골주는 지방선거가 열리고 있는 인도의 여러 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혔던 지역이다.
원래 TMC가 장악한 지역이어서 집권당 승리가 어려운 곳으로 분류됐던 곳이긴 하지만 최근 모디 총리와 연방 정부 장관들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 대규모 유세를 펼칠 만큼 집권 여당이 공을 들였던 곳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이런 행보가 오히려 선거 패배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인도에서는 최근 하루 30만명 이상의 기록적인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만큼 최악의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지만 모디 총리는 방역보다는 선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일에 기록한 신규 확진자는 4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모디 총리가 참석한 대규모 선거 유세장마다 대규모 '노마스크' 인파가 몰려들어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BBC방송은 "이번 선거는 모디 총리가 코로나 위기 대처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지 지켜보기 위한 선거였다"며 "모디 총리는 팬데믹보다 선거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디 총리가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과 함께 벵골 지역에서 50차례가 넘는 유세 연설을 했다면서 "모디 총리는 인도가 세계 최악의 코로나 감염국이 되는 와중에 유세를 열면서 대중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이날 하루 코로나19 사망자가 3,689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규 확진자도 39만명에 달했다.
바네르지 총리는 "웨스트벵골이 인도를 구했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히고, 코로나19 대처가 자신의 최우선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