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은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사랑과 나눔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 추모미사' 강론에서 "정 추기경이 떠나면서 남기신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 뜻입니다'라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크고, 긴 울림을 남기셨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27일 선종한 정 추기경은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통증에 시달리다 깨어나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 선종 후에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옴니부스 옴니아·Omnibus Omnia)'이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자신의 신체와 재산을 모두 선물로 남겼다.
염 추기경은 "인간은 보통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정 추기경은 이 세상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삶, 죽음마저도 초월한 사람이라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추모미사는 지난 1일까지 5일 간 진행된 정 추기경 장례가 끝난 뒤 처음으로 열린 자리다. 명동대성당 추모미사 직후 고인의 시신이 안정된 경기도 용인 성직자묘역에서는 손희송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의 주례로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손 주교는 강론에서 "성인(聖人)이라고 하면 좀 멀게 느껴진다. 우리 가까이 있는 사람, 우리와 함께 살던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가 있다. 정 추기경이 바로 그런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 분이 몸소 보여주신 행복의 길, 덧셈이 아닌 뺄셈으로 참된 행복에 이르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