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목표를 기존 1,200만 명보다 100만 명 늘어난 1,300만 명으로 상향했지만 실행 가능성에는 의문 부호가 커졌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당초보다 23만 회분 늘려 추가 도입하고 혈전증 발생 우려 등으로 AZ 백신 접종에서 제외된 30세 미만에게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1차 접종만으로 국내에 도입된 백신 잔여 물량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무리하게 접종 대상을 확대할 경우 ‘2차 접종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없는 접종 계획"이라는 비판도 나올 정도다. 실제 접종 현장의 의료진은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한 계획”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백신 접종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일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을 열고 “오는 6월까지 코로나19 백신 1,832만 회분 이상을 국내 공급해 1,300만 명 접종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날 정부는 2분기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2분기 접종 대상 고령층을 당초 65∼74세(494만 명)에서 60∼74세(895만 명)로 확대했다. 1947년 1월 1일생부터 1961년 12월 31일생에 해당하는 연령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명률과 위중증률이 높은 60세 이상 연령층의 1차 접종을 조기에 실시해 고령층에서 감염을 줄이고 중환자 발생을 감소시켜 코로나19의 감염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백신 효과의 경우 1차 접종 2주 후부터 86.6% 이상의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반응 신고율은 60세 이상 연령대는 0.1%로 비교적 낮고 희귀혈전증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국은 고령층부터 순차적으로 예방접종을 시작하고 시행기관도 이달 27일부터 전국의 위탁 의료 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30세 미만(사회 필수 인력 등 19만 1,000명 포함)에 대해서는 6월 중 예방접종 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으로 바꿔 접종을 재개한다. 군 장병 중 30세 미만(45만 2,000명)에 대해서는 별도 접종 계획에 따라 군 병원, 군부대 등에서 자체적으로 화이자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또 7월부터는 병원급 이상 위탁 의료 기관 중 일부를 화이자 백신 접종 위탁 의료 기관으로 지정·운영해 접종 역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백신 물량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5~6월 접종 계획의 현실성에 대해 의구심이 크다. 당장 이달부터 AZ·화이자 백신의 2차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현재 남은 AZ 백신은 1차 접종을 마치고 남은 34만 5,000회분에 불과하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AZ 백신 총 866만 8,000회분을 추가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했지만 아직 세부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서 23만 회분을 상반기로 앞당겨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이는 정부가 접종 목표를 100만 명 늘린 것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화이자 백신처럼 AZ 백신에 대해서도 1차 접종이 중단될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백신 도입이 ‘당일치기’ 수준으로 진행되자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백신 수급과 접종 스케줄을 명확히 밝히고 수급 상황과 구체적 접종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아예 예방접종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 미 공병단 신축 부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백신 접종률이 70%에 이른다고 집단면역이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집단면역에 도달하더라도 감염 확산 위험이 곧바로 제로(0)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제시했던 목표를 완전히 뒤집는 지적이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토착화해 우리는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이라며 “과학적 예측에 근거한 백신 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이 목표가 아니라 중증 환자와 사망을 줄이는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