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英 이어 日도 원전 확대…롤모델 獨은 '에너지 섬' 韓과 달라

[韓 탈원전 강행…美는 수명연장]
獨 인접국과 전력연결 '안정성'
韓은 수요·공급 자체해결해야
'유지기술 발달' 주요국 원전 연장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도 잰걸음
"시한 종료됐어도 안전 문제없어
탄소중립 실현가능 목표 택해야"




미국 에너지부 원자력지원국은 지난 1월 자국 내 원전 활성화 로드맵을 담은 ‘원자력 전략 비전’을 발표했다. 에너지부는 원전을 ‘미국 전체 발전량의 20%를 차지하고 가장 규모가 큰 무탄소 발전원’으로 규정하면서 기존 원전의 가동 기한을 갱신하는 동시에 차세대 원자로를 도입해 원전 인프라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도 32개의 노후 원자로 가동 연한을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하며 기저 전원인 원전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10년 사이 가동을 중단해야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오는 2031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원자로 제조 회사 프라마톰을 방문한 자리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요한 과정”이라면서도 “원전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려면 석탄이나 가스발전소를 짓거나 탄소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보수 기술 발달로 원전 수명 연장”


글로벌 주요국은 노후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면서까지 원전을 국가 핵심 발전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가동 중인 원전 442기 중 200기가 수명 연장을 허가받아 운영 중이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에 따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출력이 불안정해 이를 보완할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은 탄소 중립의 시계가 움직일수록 더 커지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설계 시한이 종료됐다고 안전성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 설치된 원전의 경우 특히 보수적으로 설계수명을 결정했기 때문에 유지 보수 기술이 발달한 현시점에 수명을 연장하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수명 연장은 고사하고 가동 시한이 남은 발전소까지 조기 폐쇄하며 탈원전 기조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탄소 중립 기조에 맞춰 석탄?LNG발전이 사라진 상황에서 원전까지 배제될 경우 전력 공급 불안, 전기료 인상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박주헌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어느 나라도 원전과 석탄을 동시에 줄이거나 LNG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원을 구성하는 곳은 없다”며 “탈원전이나 탄소 중립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는 만큼 실현 가능한 목표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늘려가는 일본



3일 원자력 업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와 중국·한국 등 7개국의 에너지 정책을 비교한 결과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높이고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는 기조는 비교 대상국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과 프랑스는 물론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일본도 원전에 대한 접근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크게 줄었던 원전 비중을 다시 늘려 2030년까지 20~22%로 확대할 계획이다. 2019년 기준 일본의 원전 비중은 6.6%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말 소형모듈원자로(SMR) 양산 체제를 확립한 데 이어 2030년 고온가스로(HTTR)와 핵융합실험로(ITER)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며 차세대 원전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최근 첨단 원전 기술 등에 10억 파운드(약 1조 5,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원전 비중 역시 2019년 4.6%에서 2035년 12.2%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 롤모델 삼는다지만...한국은 ‘에너지 섬’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원전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국가는 한국과 독일뿐이다. 하지만 독일은 인접 국가와 전력 계통이 연결돼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 차이가 분명하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가 과다하게 생산될 때는 전력을 인접국에 수출하고 생산되지 않을 때는 인접국에서 전력을 수입해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계통 연결이 되지 않아 초과 공급?수요 사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전력 수요·공급의 균형이 깨지면 주파수와 전압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한다. 박 전 원장은 “넘치는 출력을 감당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석탄과 LNG발전을 가동하되 탄소를 흡수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데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활용을 위해 저장소를 확보하고 관련 기술력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만 40조 원에 달하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0조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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