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낡은 티셔츠로도 이야기하다

에세이 '무라카미 T' 국내 출간
티셔츠에 얽힌 추억 글로 풀어내



하찮은 물건, 사소한 사건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면 근사한 글이 되곤 한다. 이번엔 낡은 티셔츠들이 하루키의 선택을 받았다. 어느 날 무심코 샀거나 공짜로 받은 판촉용 싸구려 티셔츠들도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을 품고 있음을 알아차린 하루키가 티셔츠 한 장 한 장을 펼쳐 놓고 정성스레 사진을 찍고, 각 티셔츠에 관한 짧은 글을 썼다. 그렇게 쓴 글을 책으로 엮어 내니 또 하나의 하루키 월드가 완성됐다. 책은 출간 직후 일본에서 에세이 분야 1위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국내에 번역 출간된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비채 펴냄)’다.


하루키는 서문에서 “이런 걸 모아봐야 소용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종의 정에 이끌려 물건을 자꾸 쟁이게 된다”며 “절대로 어느 날, “좋아, 이제부터 티셔츠를 수집하자”하고 작심한 뒤 모은 게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렇게 모인 티셔츠 얘기로 책까지 내고 대단하다. 흔히 ‘계속하는 게 힘’이라고 하더니 정말로 그렇군”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서핑, 위스키, 음반, 마라톤, 맥주, 책 등 하루키의 삶을 관통하는 열 여덟 개 키워드에 따라 선별한 티셔츠들에 얽힌 그만의 추억과 주변의 반응 등을 편한 글로 써 내려갔다. 그렇다면 옷장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 만큼 쌓인 티셔츠들 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한 장은 무엇일까? 작가는 망설임 없이 마우이 섬의 한 자선 매장에서 산 노란색 티셔츠를 꼽는다. 단돈 1달러 짜리 티셔츠에 프린트된 ‘TONY TAKITANI'라는 이름은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훗날 동명의 단편소설과 영화로 탄생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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