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지난 4월 불가리스 논란 이후 약 20여일만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회장은 사퇴 배경으로 불가리스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전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홍 회장은 기자 회견 동안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울먹이면서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런 결심을 하는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 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그간 있었던 남양유업 논란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사과 의사를 밝혔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세포 단계 실험을 가지고 무리하게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밝혔기 때문이다.
홍 회장 사과에 앞서 전날에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에는 회삿돈 유용 의혹마저 나온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가 보직 해임됐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