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30만명을 넘어섰던 미국의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3일(현지 시간) 3만9,0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4,400명을 넘겼던 하루 사망자 수도 300~400명대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여전히 엄청난 숫자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데는 무리가 없죠.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데는 백신의 역할이 컸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백신을 접종한 미국인은 1억4,750만명이 최소 1차례 백신을 맞았으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도 1억550만명에 달했씁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지난 4월 13일 338만건에 달했던 백신 접종 건수는 현재 229만건으로 32%가량 감소했는데요, 이는 백신 접종 건수가 확연하게 느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6세 이상 누구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 건수가 줄어든 것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이 많아져서라기보다는 백신 접종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미국에서 백신 접종의 걸림돌은 백신 물량이 아니라, 이처럼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입니다. 지난달 21~26일 CNN이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지난 3월 진행된 설문조사와 비슷한 수치여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집단면역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죠.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가 백신 회의론자에서 백신 접종자로 바뀐 사람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백신을 거부하던 이들은 무엇 때문에 백신을 선택했을까요.
의료진 설득에 마음 돌려…"전문가 역할 중요"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61세의 중소기업 대표 킴 시몬스는 존스홉킨스대학의 한 의사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는 방송을 보고 지난 3월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뉴저지에 사는 39세 주부 로렌 버그너는 백신 접종을 받으면 야구장에서 경기 직관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발표된 뒤에,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34세 직장인 엘리자베스 그리너웨이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희귀병에 걸린 두살배기 딸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백신 접종을 결심했습니다.
WP는 수많은 백신 회의론자들로 인해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지는 가운데 시몬스와 같은 이들은 '희망의 표시'라며, 백신을 우려하는 다른 이들도 마음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습니다. 의사인 앨리스 첸은 과거 백신 회의론자였던 이에게 백신을 접종했다며 "대부분은 주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WP는 의사 등 공중보건 전문가와 코로나19 대응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와 이들이 백신을 접종하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를 알아내기 위한 화상회의가 열렸는데요, 이 회의에 참여한 뉴욕 출신의 마리라는 여성은 CDC 의사의 설명을 들은 뒤 마음을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남성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오랫동안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이들은 백신을 통해 다시 여행하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등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해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는데요, 이들 모두 의사와 지역 의료진들이 불안감을 잠재워주는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의료 전문가의 정확한 설명과 설득이 이들의 마음을 돌린 것이죠.
현금부터 콘서트 티켓까지…백신 접종 인센티브도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갖은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메릴랜드주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들에게 100달러를 지급합니다. 메릴랜드주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약 9만9,000명인데 이들 중 약 5만2,000명이 이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웨스트 버지니아도 백신을 접종한 젊은층에게 100달러 예금증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죠. 코네티컷주는 무료 음료를 제공하며,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는 콘서트 티켓 등을 제공하기 위해 25만달러를 배정했습니다. 이 밖에 지난 1월 백신을 접종한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무료 전화나 간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버지니아주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유사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민간 업체들도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장려하고 나섰는데요, 할인점 체인인 트레이더조와 알디는 지난 1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에게 최대 4시간의 급여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부족한 백신 물량으로 인해 접종 속도에서 미국보다 현저히 낮은 속도를 보이고 있습늬다. 정부가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는 만큼, 어쩌면 언젠가는 미국처럼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죠. 수많은 회의론자로 인해 집단면역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회의론자들의 마음을 돌렸는지 지금부터 분석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