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시행되는 가운데 아파트 매물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6월을 앞두고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대거 출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조차 보유세를 더 내더라도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며 다시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5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1일 최고점(14만 4,110채)을 기록한 후 감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별로 소폭 변동은 있지만 이달 4일 기준 수도권 전체의 아파트 매물은 13만 9,883채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지난달 15일 아파트 매물이 4만 8,572채로 최고점을 찍은 후 조금씩 줄더니 이달 4일에는 4만 7,479채까지 하락했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 지역에서도 아파트 매물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집값 상승 폭이 커진 인천은 지난 3일 기준으로 아파트 매물이 1만 5,134채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을 정도다.
현지 중개 업소들은 세 부담이 커지더라도 보유하겠다는 집주인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목동의 한 중개 업소 관계자는 “세금 회피용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큰데다 팔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이 크다 보니 보유세를 더 내더라도 그냥 버티겠다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금 팔아도 양도세 폭탄…일단 버티자>
“급매물이 몇 건 나와 있지만 모두 5월 내 잔금을 조건으로 걸고 있습니다. 해당 시기가 지나면 차라리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겁니다. 이 같은 특수 매물을 제외하면 호가는 전고가보다도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습니다.”(수원 광교신도시 B공인)
정부가 추진해온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강화 정책이 오는 6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절세용 급매물’ 대거 출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집을 팔라’고 강요한 정부 정책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도 양도세 부담이 매우 크다”며 “여기서 더 오른다고 무슨 의미가 있냐. 그냥 버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금 고지서가 발송된 후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절세용 급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시점에서 6월 이전에 잔금을 지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매수자가 한 달 이내에 잔금까지 지급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사실상 양도세 중과로 인해 나올 매물은 다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세금 완화 논의도 있지만 양도세와 보유세가 다 오르면서 일단 버텨보자는 다주택자가 더 늘어난 것도 매물 감소의 한 원인이다. 지금도 양도소득세 부담은 매우 크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지금 팔아도 세 부담이 크다 보니 그냥 갖고 있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다주택자들이 정부 의도대로 집을 매물로 내놓는 대신 버티거나 증여를 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유세를 먼저 높여 다주택 보유 비용을 올려놓은 뒤 양도세 중과세율을 천천히 올리는 방식이 매물을 끌어내는 데는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물을 내놓게 하기 위해서는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는 만큼 집을 보유하거나, 보유가 부담스러우면 증여를 택할 것”이라며 “이전에 세제 강화를 예고했어도 시장에 매물이 별로 나오지 않았는데 중과하는 시점부터는 매물이 더 안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아파트 증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바 있다.
물론 보유세 고지서가 발송되는 7월 이후 매물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분 보유세는 7월과 9월에, 종부세는 12월에 납부한다. 한편 6월부터는 종부세율이 기존 0.8~4.0%에서 1.2~6.0%로 오른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도 최고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상향된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