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5·2전당대회 이후 경제계와의 접촉면을 넓히며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이후 여권 내 대선 경선 연기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에 공식 출마 선언은 다소 미뤄둔 채 ‘경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6일 상장사협의회 회장단을 만나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에 대한 건의 사항을 수렴할 예정이다. 포이즌필은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미리 부여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기업인 출신인 정 전 총리는 경쟁자인 여권 대선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전략으로 재계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아 대선 공약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성장 공약이 부족한 여당 대선 주자들과 달리 정 전 총리는 기업 활력을 불어넣는 공약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상장사협의회는 코스피 상장사 700여 곳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계의 대표 단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전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을 만나 ‘통 큰 공채’를 요청하고 나섰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잠행을 이어오다가 사실상의 대선 행보를 기업인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재개한 셈이다. 지난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2030세대’를 대표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한 이 전 대표는 ‘청년과 경제’를 전면에 내걸어 표심 얻기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재계가 요청한 규제개혁법 처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당 대표 시절 재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법)을 밀어붙여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재계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광폭 행보와 달리 두 사람 모두 대선 출마 선언 일정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경선 연기론이 재부각되면서 대선 후보 확정 시기가 오는 9월 초에서 11월 초로 미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송영길 대표도 경선 연기론에 대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의견을 잘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측은 출마 선언을 6월 이후에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9일, 양승조 충남지사는 12일 각각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