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쌓은 22년 경력과 노하우, 중소기업 현장서 맘껏 펼치다"

[라이프점프 5060 일자리 열차는 계속 달린다]
<3> 퇴직전문인력의 노하우, 中企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고용부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기여
대기업 출신 전문인력, 전문성 살려 인생 2막 열도록 지원
2018년 첫 시행...올해 디지털·환경분야 직무 20개 추가 선정
중소·중견기업 신중년 적합직무에 50세 이상 채용시 최대 960만원 지원




정부는 신중년이 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살려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이용희 HS인더스트리 연구소장은 ‘삼성맨’ 출신이다. 이곳에서 인생 2막을 열기 전까지 삼성SDI에서 22년 간 브라운관TV 상품 개발과 품질 보증 업무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TV화면의 주류가 기존 브라운관에서 액정디스플레이(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으로 옮겨가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TV 브라운관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산업변화로 팀이 해체되고 생소한 분야로 발령을 받았다. 이 소장은 고민 끝에 퇴직을 결심했다. 발령받은 근무지가 지금 살고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지 곳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씨는 퇴직 후 재취업에 바로 성공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일했던 업무와 거리가 멀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지난 22년 간 쌓아온 경력과 노하우를 전혀 살릴 수 없다는 점이 서글펐다. 그러던 중에 고용노동부의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을 통해 삼성SDI 근무 당시 거래처였던 HS인더스트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HS인더스트리는 산업용 로봇(지그) 제조업체다. 이 소장은 이곳에서 로봇 배터리 개발 연구를 담당하며 삼성SDI에서 쌓은 상품개발 경력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 소장이 중소기업에 재취업해 인생 2막을 열도록 도와준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은 2018년 처음 시행됐다. 이 사업의 5060 신중년 구직자들의 재취업을 돕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신중년 적합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면 1년간 최대 960만원의 고용장려금을 지원한다. 2019년부터는 5060 퇴직 전문인력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도 시행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이 소장처럼 전문 능력을 보유한 50세에서 64세의 퇴직전문인력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5만5,000명에서 2018년 6만8,000명으로 3년 사이 22.1%가 증가했다. 고용부는 쏟아지는 퇴직전문인력을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중견기업 현장과 연결해주면 상호 간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고용부는 신중년 적업직무 고용장려금 사업 범위를 더욱 넓혔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디지털·환경 분야를 포함해 20개 직무를 새로 추가한 것이다. 이 소장도 사업 대상 범위 확대로 재취업의 기회를 살릴 수 있다. 이 소장은 “HS인더스트리 대표가 청년이 아닌 경력이 있는 자신을 채용한 이유 중 하나가 신중년을 재용하면 장려금을 주는 지원 사업 덕분”이라며 “청년 구직자와 신중년 경력형 구직자가 일대일로 경쟁할 때, 고용장려금을 지원해주는 신중년 관련 지원 산업이 경력형 구직자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4차산업혁명에 발맞춰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에 디지털 및 환경분야 직무 20개를 추가로 선정했다./이미지=고용노동부

이 소장처럼 적합직무 지원 사업 혜택을 보려면 반드시 취업 전에 해당 기업에서 고용보험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등록된 신청서 양식을 작성해 고용복지센터에로 우편을 보내거나 방문 신청도 가능하다. 이 과정을 통해 적합직무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1년간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최대 월 80만원, 중견기업은 최대 월 40만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이 사업에 5,1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봤다.


이 소장은 고용장려금 지원사업을 통해 HS인더트스리에 취업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 전체 직원 수는 11명으로 작은 기업이지만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정년은 만60세이지만, 그 전에 나가는 경우가 다반삳. 하지만 HS인더스트리에선 건강만 뒷받침된다면 70세까지도 다닐 수 있다. 열심히 일한 성과를 직접 체감할 수도 있다. 그는 “과거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저의 노력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됐는지 잘 알 수 없는데, 중소기업은 일한 만큼 매출이 늘어나는데 보여 성취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회사는 이 소장을 채용한 후 매출이 20%가량 늘었다.


아쉬움도 있다. 재원의 한계 탓에 지원 기간과 금액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최해광 HS인더스트리 대표는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제도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면서도 “사업 지원기간이 1년을 짧고, 지원금도 1,000만원에 못미쳐 아쉽다”고 지적했다.


황보국 고용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를 희망하는 신중년은 증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시장 분석을 통해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지원요건을 내실화해 신중년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최정문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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