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發 금리 인상 신호, 선제적 정밀 대응 필요한 때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은 세계 각국에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환기해줬다. 옐런 장관 스스로 파장 확산을 막기 위한 진화에 나서 ‘해프닝’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발언의 여운은 길게 이어질 것 같다. 5일 다우존스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의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은 일단 안정됐지만 그의 발언이 조기 금리 인상의 신호탄이 된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거론하면서 “매우 완만한 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소비와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등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브라질·터키·러시아 등 신흥국들은 이미 정책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백신 접종 지연으로 경제활동에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일으키지 못하고 부동산 등에 잠겨 있다. 물가는 갑자기 치솟아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를 넘어섰다. 금융시장의 작은 충격이 경제 위기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4,500억 달러를 넘었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외화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위기가 코앞인데 여권은 표를 의식해 재정 퍼주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지금이라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과도한 돈 풀기를 멈춰야 한다. 정부는 1,7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의 연착륙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오른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은행이 흔들리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또 그동안 저금리에 기대 연명해온 좀비 기업들을 정리하는 구조 조정을 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한은도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금리 인상에 대비한 선제적 정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논설위원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