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가 최대주주인 CVC캐피탈파트너스의 한국 사무소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는다. 직접 투자를 결정했던 대주주 출신 투자 전문가가 여기어때를 이끈다. 이에 따라 종합 숙박, 맛집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적극적인 인수 합병(M&A)도 추진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여기어때컴퍼니는 이사회를 열고 정명훈(사진) CVC캐피탈 한국 사무소 대표를 여기어때의 신임 대표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CVC캐피탈은 영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 2019년 9월 당시 위드이노베이션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대표는 이 인수 과정을 주도하며 여기어때의 성장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CVC캐피탈에서의 지위를 내려놓고 여기어때 경영자에 오른다.
외국계 PE 대표가 포트폴리오 회사의 경영자로 이동하는 건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다. 반대로 2019년부터 회사를 이끈 최문석 전임 대표는 여기어때 이사회 멤버이자 CVC캐피탈의 시니어 어드바이저로 자리를 옮긴다. 정 대표는 서울경제에 "소비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혁신적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 장기적인 목표 설정과 도전적인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며 "누구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어때는 최 대표를 통해 지난 2년간 '내실 다지기'를 했다면 정 대표 체제에서는 확장 전략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적자 플랫폼이었던 여기어때는 2019년 매출 1,027억원, 영업이익 72억 원으로 개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매출 1,287억 원으로 25%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안정 지향적 경영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여기어때는 코로나19로 마케팅 투자는 위축된 가운데, 인수나 투자한 기업은 지난해 맛집 플랫폼 망고플레이트가 유일했다. 이제 자금줄을 쥔 CVC캐피탈 출신 정 대표가 취임하면 투자금 투입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CVC캐피탈은 1981년 영국에서 설립됐으며 현재 1,178억 달러(132조 6,200억 원)의 글로벌 자산을 운영 중이다.
여기어때 측은 “신임 대표는 앞으로 여행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레저, 식생활, 라이프스타일까지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며 "공연 등 문화 영역부터 항공과 렌터카 같은 이동 상품까지 신사업을 폭넓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어때 플랫폼의 상품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넓히겠다는 뜻이다. M&A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실행하고, 대규모 브랜드 마케팅 펼치겠다는 계획도 뚜렷해졌다.
정 대표는 이번 조직 변화를 여기어때의 '제2의 도약' 기회라고 언급했다. 그는 "여기어때는 여행을 비롯한 다양한 여가 문화의 변혁을 이끄는 혁신적 플랫폼 기업”이라며 “소비자, 파트너, 지역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여기어때가 보다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크레디트스위스 투자은행 부문의 런던 사무소, 스탠다드차타드 사모투자 부문, 칼라일 그룹을 거쳤다. 2016년부터 CVC캐피탈에 합류해 2019년 여기어때 인수를 성공시켰다.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경제학 석사, 인시아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았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