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의 감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한 저는 ‘리도맥스’라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하나 처방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 마스크를 착용한 데다 콧물 감기까지 걸리면서 아이의 입과 코 주변에 피부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사 선생님께서 알아서 판단했겠지만 흔히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많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저 역시 조금 걱정이 앞섰습니다. 특히 피부 질환이 발생한 부위가 입 주변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일종입니다. 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애초에 몸에서 일정량의 스테로이드 성분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또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천식, 아토피 등에 대해서는 효능이 탁월합니다. 오히려 아토피나 피부염 등이 발생하면 초기에 지침대로 빠르게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는 게 나중에 피부질환이 나빠질 때까지 미루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죠. 피부질환이 악화한 후에는 더 많은 용량으로 더 오랜 기간 약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사용해야 할 스테로이드 연고라면 ‘잘 알고’ 쓰는 게 좋습니다. 오늘 [건강한 육아]는 스테로이드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기사에는 정수연 대한약사회 정책이사(약사), 유튜브 채널 ‘약 먹을 시간’을 운영하는 최주애 약사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우선 우리가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연고는 7단계의 ‘등급’이 있습니다. 1단계에서 7단계로 갈수록 강도가 낮아지는데요, 유아에게 처방하는 스테로이드 연고는 주로 5~7단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유아에게 흔하게 처방 하는 ‘보송크림’ 역시 7단계에 속하죠. 반면 구내염에 흔하게 쓰이는 ‘오라메디’는 4단계로 스테로이드 강도가 비교적 높습니다. 리도맥스의 경우 7단계에 속해 일반의약품처럼 구입이 가능했는데요, 지난 3월부터 전문의약품으로 바뀌면서 의사의 처방전이 있을 때만 구입 가능합니다.
제형에 따라서도 강도가 다릅니다. 주로 ‘연고>크림>로션’ 순으로 강도가 결정되는데요, 넓은 부위에 사용할 때는 크림이나 로션을 바르지만 바를 부위가 좁을 때는 연고 사용을 권합니다.
하지만 제품에 등급과 흡수율, 특성 등이 자세히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 종류는 모두 성분이 다르고, 성분에 따라 항생제, 항진균제가 포함된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에 브랜드도 수십~수백 가지여서 비의료인이 모든 제품의 특성을 알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모든 전문가는 “의사, 약사의 권고를 받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일부 스테로이드 연고는 의사 처방 없이 소비자가 쉽게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도 임의로 부모가 제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약사에게 증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는 게 가장 좋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이처럼 의·약사의 권고가 가장 중요한데요, 문제는 사용법이죠.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구입 후에도 ‘혹시 너무 많이 바르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많은 약사들이 강조하는 용어가 ‘FTU(Finger Tip Unit)’ 입니다.
FTU는 바르는 약의 용량 단위로 많이 사용되는데요,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양, 0.5g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보통 1FTU만 돼도 성인의 두 손바닥 전체에 바를 정도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약을 바를 때는 신체 부위에 따라 양이 달라집니다. 피부의 두께에 따라 약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얼굴, 겨드랑이, 생식기 부위는 피부가 얇고, 손바닥, 발바닥은 피부가 두꺼운데요. 같은 약이라도 피부가 얇으면 흡수가 잘 되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피부가 얇은 곳에는 비교적 낮은 강도의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합니다.
신체 부위에 따라 아래 표와 같이 연고의 양을 조절해 사용하면 좀 더 편리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사용 기간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의사, 약사가 피부 질환의 상태에 따라 처방하는대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히 초기에 일정 기간 약을 바른 후 질환이 호전된다고 생각해 부모님이 자의적으로 약을 끊어버리기도 하는데요, 충분히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끊으면 다시 재발해 오히려 더 긴 기간 약을 사용해야 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정수연 정책이사는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파는 스테로이드는 낮은 단계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용해도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다른 치료요법을 권한다”며 “2주 이상 약을 사용했는데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른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아토피 피부의 경우 약을 끊을 때 한 번에 중단하는 것이 아닌 ‘서서히 용량을 줄여나가는’ 테이퍼링 방식'을 권합니다. 예컨대 2주간 하루에 2회씩 약을 사용했다면 다음 1주는 1회씩, 그 다음 1주는 이틀에 한 번씩 사용하면서 서서히 약을 끊는 방식입니다. 이 때도 의사나 약사의 상담은 필수입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