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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각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4인의 외교 전문가가 7일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해결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나라 안보를 위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이날 전·현직 주미 특파원 모임인 한미클럽은 ‘북한 핵무장 시대: 역대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에게 듣는다’는 주제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유종하·임성준·윤병세·천영우 등 전직 외교안보수석 4인의 북핵 해법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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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외교'에 방점을 찍은 북한 비핵화 노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임성준 전 수석은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과 상향식 실무교섭 방식과 원칙을 지키는 대응방법을 채택할 것”이라며 “제재와 대화의 강온 양면의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현재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단기간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우선 핵군축 접근 방식으로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제거하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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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전 수석은 “대화의 대안은 북한의 체제 전환(regime change)과 군사적 해결 뿐인데 이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성공 가능성도 불확실하므로 대화를 통한 노력이 소진된 이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자 또는 6자 회담보다 미북 양자협상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이해당사국들과 사전 협의와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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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북한의 핵위협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전술핵 재배치 시나리오도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유종하 전 수석은 "미북 협상이 장기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미국 전술핵 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술핵이란 핵탄두·핵지뢰 등 사정거리가 짧고 파괴력이 비교적 작은 핵무기를 뜻한다. 한국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이후 전술핵을 모두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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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윤병세 전 수석도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한미 차관급 확장억제 협의회를 장관급 핵기획 그룹으로 격상해야 한다”며 “다음으로는 전술핵을 조건부, 시한부 전진 배치하고 나토식 핵공유에 준하는 방식으로 공동 운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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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들은 중국 견제의 성격이 강한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참여 여부에 대해 한목소리로 “주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전 수석은 “우리나라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쿼드 가입에 주저해서는 안된다”며 “우리 안보를 확고히 지킬 수 있는 길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공조를 긴밀히 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묘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천 전 수석도 “쿼드 플러스에 초기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표와 전략, 운영방향 등이 우리 국익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수석은 “우리는 한미일 3국협력과 쿼드 참여를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에 역내 주요국들과 단합된 대응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인도 태평양 질서 구축에 있어 초기 단계에서부터 능동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수석은 “한국은 스스로의 국력 성장에 자신을 가지는 한편 100년 전 역사로 인한 피해의식이 현재를 제약하지 않도록 과감히 떨쳐 일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