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거래량 비중이 절반 미만으로 급감하며 ‘전용 84㎡=국민 평형’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서 구입 부담이 커진데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2030세대까지 ‘영끌 매수’에 뛰어들면서 수요자들이 작은 평형으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평형별 거래규모를 분석한 결과 국민평형(84㎡)이 포함된 전용 ‘61~85㎡’의 거래 비중은 2019년 55.7%에서 2020년 50.9%로 감소한 이후 올해 1분기(1~3월) 48.1%까지 떨어졌다. 전용 ‘61~85㎡’은 전체 아파트 거래량에서 꾸준히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인기를 누려왔던 평형이다. 3~4인 가족에게 가장 적합한 주택형으로 인식되면서 청약이나 매매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집값 상승으로 가격 부담이 커지자 작은 평형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019년 말 3억2,811만원에서 2020년 말 3억6,768만원으로 12.1% 오른데 이어 2021년 1분기 말에는 3억8,092만원으로 3개월새 3.6% 상승했다. 여기에다 1·2인 가구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커지면서 이에 맞춰 소형 주택 수요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거래량에서 전용 ‘41~60㎡’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2019년 27.3%였으나 지난해 31.1%로 늘었고 올해 1분기는 33.9%까지 올라왔다. 전용 ‘21~40㎡’의 경우도 조금씩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2019년 4.5%에서 2020년 5.2%, 올해 1분기에는 6.4%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높은 서울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의 경우 ‘21~40㎡’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는 수요가 거의 없는 ‘20㎡이하’ 평형의 거래도 늘고 있다. ‘21~40㎡’의 거래량 비중은 2019년 8.8%에서 2020년 11.5%, 2021년 1분기 12.4%로 커졌다. ‘20㎡이하’ 초소형 역시 2019년 2.7%에서 올해 1분기 5.4%까지 늘었다. 2019년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16.0% 급등한 7억9,757만원을 기록하더니 2020년에는 8.1% 오른 8억6,223만원, 2021년 1분기는 1.7% 오른 8억7,687만원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금력이 있다면 세대 구성원 수와 관계 없이 넓은 집을 선호하겠지만, 집값이 오르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작은 평형이라도 매입하려다 보니 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30세대까지 매수 대열에 참여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소형 평형을 찾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