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90)씨가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에 불출석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부터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씨가 출석하지 않아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공소 사실 확인 등 정식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결국 다음 공판기일을 지정한 뒤 재판을 마무리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규정과 법원행정처 실무제요 등을 살펴본 결과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결석재판을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정 변호사는 출석이 어려운 피고인의 출석 의무를 완화해주는 취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피고인의 장거리 이동과 경호인력 동원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편을 고려해 피고인의 출석 없이 항소심을 개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관련법에 따라 피고인이 첫 공판기일에 불출석하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고 다음 기일을 지정해야 한다. 2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씨가 다음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재판 종료 직후 정 변호사는 “다음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전씨에게)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않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설명한 절차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2주 뒤인 오는 24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