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의 부활, 넘버원 전쟁 활활

PGA 웰스파고 챔피언십 최종
슬럼프 딛고 1년반만에 통산 19승
세계랭킹 15위서 7위로 뛰어올라
1위 존슨은 최근 들어 잇단 부진
토머스·람·디섐보 등 경쟁 예고

로리 매킬로이(오른쪽)가 10일 웰스 파고 챔피언십 우승 뒤 아내 에리카와 딸 포피에게 다가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샬럿=AFP연합뉴스

스물한 살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거뒀던 바로 그 대회에서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가 부활을 선언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졌던 그에게는 아빠가 된 후 첫 우승이기도 하다.






전 세계 랭킹 1위인 매킬로이는 지난 2009년 이후 개인 최저인 세계 15위까지 지난주 내려갔다가 10일(이하 한국 시간)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세계 7위(평균 포인트 6.2019점)로 점프했다.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세계 1위 더스틴 존슨(10.5316점·미국)과 격차가 5.3588에서 4.3297로 확 줄었다. 드라이버 샷 1위(322야드) 브라이슨 디섐보(7.1939점·미국)도 세계 5위에서 4위로 올라가 개인 최고 랭킹을 찍었다. 2·3위는 그대로 저스틴 토머스(8.6916점·미국)와 욘 람(8.5569점·스페인)이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세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은 존슨이 최근 6개 대회에서 내리 톱10 진입에 실패하는 등 주춤한 사이 ‘월드 넘버 원’ 경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트로피를 들고 가족과 포즈를 취한 로리 매킬로이. /샬럿=AFP연합뉴스

매킬로이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퀘일 할로 클럽(파71)에서 끝난 웰스 파고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2위 아브라암 안세르(멕시코)를 1타 차로 제친 그는 18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19승째를 거뒀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의 1순위 우승 후보로도 떠올랐다. 도박사들은 즉시 매킬로이 우승에 걸린 배당률을 최저로 수정했다. 매킬로이는 메이저 통산 4승 중 2승(2012·2014년)을 PGA 챔피언십에서 올렸다.


2타 차 2위로 출발한 매킬로이는 3번(파4), 7번 홀(파5) 버디로 역전 우승 기대를 높였다. 13번(파3), 14번 홀(파4)이 승부처였다. 1타 차 단독 선두에서 13번 홀 첫 번째 퍼트가 너무 짧아 보기 위기를 맞았다. 최종 라운드 마무리가 자주 문제가 됐던 최근 경기들을 비춰보면 무너지기 시작할 고비 같았지만 매킬로이는 3.5m 파 퍼트를 한가운데로 넣었다. 다음 홀에서는 그린 옆 벙커 샷을 1m쯤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15번 홀(파5) 벙커 샷은 더 잘 붙여 버디를 보태면서 2타 차로 달아났다. 마지막 홀에 티샷 실수가 나왔지만 까다로운 경사에서 잔뜩 웅크리고 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떨어뜨린 뒤 2퍼트 보기로 마감하면서 상금 145만 8,000달러(약 16억 2,000만 원)를 받았다.



우승을 확정하는 18번 홀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는 로리 매킬로이. /샬럿=AFP연합뉴스

2010·2015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만 세 번째 우승이다. 매킬로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퀘일 할로 클럽을 처음 경험한 날부터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연습 때 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1라운드에 오후 조가 아닌 오전 조로 편성됐다면 기권했을 수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은 미국에서 ‘어머니의 날’이었다. 지난해 9월 첫 딸을 얻은 매킬로이는 “아빠가 된 뒤 인생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마침 어머니의 날에 우승하니 아내 에리카와 제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컷 탈락을 예상하고 집에 갔다가 턱걸이 통과 소식에 부랴부랴 대회장으로 날아와 3라운드를 치렀던 디섐보는 이날 3타를 더 줄여 4언더파 공동 9위에 올랐다. 3라운드 선두 키스 미첼(미국)은 1타를 잃어 8언더파 공동 3위로 마쳤다. 이경훈은 5오버파 공동 58위, 최경주는 8오버파 공동 70위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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