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로맨틱하게 [SE★이슈]


모든 사람은 한번쯤 자신이 판타지 속 주인공이 되기를 꿈꾼다.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 비오는 퇴근길 우산도 가져다주고, 순간이동으로 여행도 시켜주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해주는 그런 상상들. 생각만으로도 한나절이 훌쩍 지나갈 것만 같은 상상 속 이야기가 드라마 속 현실로 나타날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열광한다. '도깨비'처럼.


그 '도깨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tvN이 새로운 버전의 로맨스 판타지를 앞세워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월화극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라는 긴 제목처럼 이야기는 특이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로맨스다.




작품은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되는 존재 ‘멸망(서인국)’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계약을 한 인간 ‘탁동경(박보영)’의 아슬아슬한 목숨담보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곧 죽음을 앞둔 이에게 ‘진짜 삶’을 선물하고, 그로인해 자신 역시 삶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고작 열 살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동경은 자신들을 떠맡기려 싸우는 어른들을 보며 운명의 장난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모와 함께 내려온 제주의 바람이 더 거셌으니까. 그래도 운명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목표도 꿈도 없이 살아야 하니까 사는 삶, 그는 순진하게 이정도면 살만 하다고 생각해왔다.


뇌종양 선고를 받은 날,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한 그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다 망해버리라고, 다 멸망하라고, 다 끝장내버리자고. 그리고 그날 밤 새벽 세시, 속이라도 조금 시원해진 그의 집에 초인종이 울렸다. 대뜸 자신을 멸망이라 소개한 남자. 그는 다짜고짜 동경의 소망을 이뤄주겠다고 한다.




빛과 어둠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무언가를 멸망시키기 위해 그저 존재하는 운명, 신이 만든 중간관리자다. 신은 그에게 멸망의 권능과 함께 인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줬다. 메마르지만 깊은 눈, 오랜 시간 원망만을 받아들여야 했던 눈을 한 채 수도 없이 삶의 끝이 오가는 곳 종합병원에 산다.


자신과 어울리는 어두운 밤, 자신의 생일을 맞아 그는 한명의 인간을 선택해 소망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 소망이란 대부분 얄팍하고 단순해 큰 노력 없이도 이뤄줄 수 있던 것. 동경이 외친 “세상 다 망해라”는 말에 그녀를 찾아간 그는 그때만 해도 몰랐다. 그게 잘못 온 선물일 줄은.


시한부인 동경과 함께하는 100일. 그의 마음에 이상한 소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살아있고 싶다. 그래서 너와 함께 죽고 싶다. 목숨을 건 계약관계로 얽힌 이들은 서로의 생과 마음에 침투하며 가슴 찌릿하고 애틋한 설렘, 그리고 사랑을 시작한다.




임메아리 작가는 이들이 함께 보낼 100일을 ‘일기’에 빗대 표현했다. 홈페이지 기획의도에 적힌 ‘일기장을 덮었을 때 당신의 삶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졌기를 바란다. 그저 그뿐’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권영일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시한부와 멸망을 다루지만 궁극적인 이야기는 삶에 관한 것”이라며 “작가가 철학적, 문학적으로 표현했고, 어두운 소재를 밝게 표현하려 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내가 죽음을 앞두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과연 세상 다 망해버리라고, 멸망하라는 지친 여자와 눈이 깊은 남자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이 판타지는 사람들에게 어떤 희망을 안겨줄 것인가. 그리고 ‘진짜 소원’은 무엇일까. 모든 것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tvN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10일 오후 9시에 첫 방송된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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