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반도체 인력 배출 미미한데...1.7만명 양성한다는 정부

성균관대·연고대 등 미니학과 불과
"기업에 떠넘기면 안돼" 지적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K-반도체 전략’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K반도체의 역량 강화를 위해 올해 연세대와 고려대에 산학 연계 차원의 학과를 신설했지만 연 정원 80명에 그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시스템반도체학과를 갖고 있는 성균관대의 경우 수시와 정시를 합해 70명 수준에 불과하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탄탄하게 조성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만 7,0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인력 규모는 현재 업계가 호소하는 인력 수요를 바탕으로 추산된 것으로, 정부가 양성을 약속한 인력은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석사급 이상과 졸업 후 업계에서 근무할 수 있는 학사급을 모두 아우른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성균관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배출되는 실무 인력조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독식하고, 졸업까지 수년이 필요하다는 지점이 아쉽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팹리스·소재 기업 등과 연계된 계약학과, 전문학사급을 위한 인력양성센터도 서둘러 추가돼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아울러 반도체 업계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매출에 좌우되는 기업이 아닌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R&D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반도체 업계가 최근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도 지난 2011년 종료된 ‘시스템 IC 2010’ 사업 이래 정부가 10년 가까이 학계에 대한 지원을 끊은 결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간 근근이 명맥을 이어왔던 반도체 관련 연구 지원이 완전히 중단되자 반도체 관련 연구 인력들이 생존을 위해 나노·디스플레이·태양전지 분야로 뿔뿔이 흩어진 상황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추진단장은 “석·박사 이상의 고급 연구 인력을 길러내는 길은 요란한 정책 발표가 아닌 한결같이 장기간 유지되는 연구 지원”이라며 “정부가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이어가고 싶다면 민간 기업에 인력 양성의 의무를 떠넘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석·박사 인력은 물론 소재·장비 분야 실무 인력을 양성하는 트랙도 충분히 확보돼야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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