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다시 사상 최고치에 올랐다. 공매도 재개에 우려가 컸지만 정작 기관이 대거 순매수에 나서고 달러의 힘이 약해지면서 외국인까지 ‘사자’ 대열에 합류하자 코스피가 약 20일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10포인트(1.63%) 오른 3,249.30에 마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 종가(3,220.70)를 30포인트 가까이 뛰어넘은 수치다. 코스피의 장 중 최고가는 지난 1월 11일 찍은 3,266.23인데 이날 3,255.90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10일 1.59% 오른 8만 3,10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삼성전자의 이날 상승 폭은 4월 2일(2.29%)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기관의 순매수가 지수를 힘껏 끌어올렸다. 기관은 코스피에서 9,680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코스피에서 9,749억 원 규모를 사들였던 올 2월 25일 이후 최대치다. 특히 기관은 공매도 재개 후 ‘사자’ 기조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공매도 재개일인 3일부터 이날까지 기관의 순매수는 1조 5,451억 원에 이른다. 그간 공매도가 막힌 탓에 고평가되는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들였던 기관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매수도 힘을 보탰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328억 원어치를 샀다. 4월 26일(3,907억 원) 이후 8거래일 만의 매수 컴백이다.
달러화 약세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달러화 지수는 7일 기준 90.2선까지 떨어졌다. 한 주 전보다 1.15% 내려앉은 수준이다. 미국의 고용 지표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자 달러의 힘이 빠졌다. 그간 여러 지표가 경제 회복을 가리키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일찍 돈줄을 조일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 지표가 생각보다 부진하자 금리를 올릴 시기는 아직 멀었다는 관측에 위험 자산 선호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미 국채 3년물 금리가 떨어진 것도 같은 배경이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사들의 탄탄한 이익 전망을 근거로 코스피가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는 한국이 미국 및 글로벌 대비 상대적 강세 국면으로 진입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단기적으로 출렁일 구간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이벤트가 있는 오는 6월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