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사망 땐 대신 갚아주는 보험이 있다고요?

신용보험, 대출자 위험 대비 민간차원 대안 꼽히지만 국내 카디프생명서만 판매
"대출자·금융사 윈윈" 평가 속 해외에선 '사회안전망 역할' 톡톡

/연합뉴스

30대 직장인인 A 씨는 아내와 세 자녀를 두고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A씨가 받은 전세자금대출을 상환할 길이 막막했다. 하지만 A 씨는 1년 전 우연히 설계사의 조언을 듣고 사고가 발생하면 대출금 상환을 보장해주는 신용보험 상품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유사시 자녀들과 아내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는 보험이었다. 결국 유족들은 A 씨가 가입해둔 보험 덕분에 남은 대출금 전액을 상환할 수 있었다.


가계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700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돈을 빌린 사람이 사망하거나 심하게 다치는 경우 보험사가 돈을 대신 갚아주는 신용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에 따르면 최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용보험을 알고 있다’고 답한 경우가 45%로 지난 2019년 39%에서 상승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국내 신용보험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꾸준히 알려지고 실제 혜택을 본 사람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은 보험사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은행 중에서는 SC제일은행·하나은행과 제휴를 맺고 판매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신용보험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은 확장 가능성을 보고 2002년부터 한국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출 중개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사 ‘핀다’를 통해 신용보험이 소개되며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다. 핀다가 무료로 제공하는 신용보험 누적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대비 올 3월 말까지 561% 증가했다. 가입한 전체 대출 금액은 6억 575만 원이다. 핀다에서 대출을 받고 해당 보험에 가입하면 최장 1년 동안 무료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유사시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에서 남은 대출금을 대신 갚아준다.


국내에서 신용보험은 방카슈랑스 규제 등으로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은행에서 신용보험 판매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보험계약 체결 등을 요구하는 이른바 ‘꺾기’가 금지돼 있어 대출자가 은행 대출 창구에서 바로 신용보험을 가입할 수는 없다. 이에 박선숙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2018년 7월 신용보험의 권유 행위를 금지 행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신용보험은 대출자가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는 민간 차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는 “신용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채무 상속을 막고 신용 하락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고객의 사망·상해·질병 등으로 인한 부실채권이 발생할 리스크를 보험사가 보장하기 때문에 여신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보험을 가입하면 대출금 미회수 리스크가 감소되는 만큼 그 효익이 신용 평가 모델에 반영되고 고객이 금리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그 효용성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미 해외에서는 신용보험이 개인의 리스크 관리 기능은 물론 가계 부채에 대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있다. 2016년 영국 조사 분석 기관인 핀어코드 조사 결과 신용보험으로 상쇄되는 글로벌 대출 규모는 4조 4,000억 유로(약 5,900조 원)이며 대출 잔액 중 44%를 보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준석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사장은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신용보험은 본질적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금융 업계 및 학계 차원에서 필요성을 적극 논의해 정체된 보험 시장에도 신시장 개척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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