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조' 몰린 SKIET '따상' 갈까…"적은 유통물량 호재, 고밸류는 부담"

IPO 신기록 갈아치운 SKIET…오늘 코스피 상장
'따상'땐 1주에 16.8만원 수익…시총 20조 육박
증권가 목표가 14.8만~18만원으로 높지 않아
"당일 유통물량 15% 불과…고밸류는 부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청약 마지막 날에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청약을 위해 방문한 투자자들과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호재기자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웠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 IET)가 이날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뜨거웠던 청약 열기를 반영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을 달성할 수 있을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SK IET의 기업 경쟁력이 높은데다 상장 당일 유통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상장 후 얼마간은 주가 변동성이 극심해질 수 있으니 무리한 추격 매수는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따상’할 경우 27만 3,000원…1주당 16만 8,000원 벌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 IET는 이날 오전 9시 장 시작과 함께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시초가는 오전 8시 30분에서 9시까지 호가를 접수해 공모가의 90~200%에서 결정하는데 SK ITE의 공모가가 10만 5,000원인 점을 볼 때 시초가는 9만 4,500원에서 21만 원 범위에서 결정되게 된다. 만약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까지 달성할 경우, 즉 ‘따상’을 기록한다면 주가는 27만 3,000원까지 치솟게 된다. 투자자들은 1주당 16만 8,000원의 수익을 보게 되는 셈이다.


상장 첫날 ‘따상’의 기록을 세운다면 증시에서 SK IET는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20위권의 기업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공모가 기준으로 SK IET의 시가총액은 7조 4,862억 원이지만 ‘따상’을 기록한다면 시총은 19조 4,641억 원으로 껑충 뛴다. 이는 1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23위 기업 엔씨소프트(19조 2,756억 원)를 뛰어넘는 규모다. 또 코스피 22위 기업이자 지주사인 SK㈜의 시총(20조 3,693억 원)도 넘보는 수준이 된다.



증권가 목표주가는 14.8만~18만원…'따상' 가능할까


하지만 증권가의 기업가치 분석 결과로는 ‘따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10일 기준으로 SK IET의 목표주가를 낸 증권사는 두 곳인데 하나금융투자가 14만 8,000원, 메리츠증권이 18만 원을 제시했다. 둘 모두 투자자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증권가가 SK IET의 기업 가치를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다. SK IET는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한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다. 분리막은 배터리에 탑재되는 얇은 막으로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고 미세한 구멍으로 리튬이온만 통과시켜 전류를 발생시키는 다공성 필름이며 2차전지의 4대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분리막은 배터리 과열과 전기차 화재를 막는, 안전에 필수적인 소재로 기술력이 중요하다. 전류 발생을 위해 최대한 얇게 만들면서도 강도가 높아야 하는데 이런 기술력의 관점에서 볼 때 SK IET는 글로벌 탑 티어 분리막 업체 중 하나라는 것이 증권가의 의견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벌어들이는 이익이 아직은 크지 않다. SK IET의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4,693억 원, 882억 원 규모다. 지난해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공모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5배에 이른다. 물론 증권가는 SK IET의 높은 성장성에 주목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매출액은 올해 7,748억 원, 2022년 1조 1,000억원, 2023년 1조 3,000억 원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며 영업이익률은 26~2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2023년 벌어들일 주당순이익(EPS)에 39배의 PER 밸류에이션을 적용할 경우 목표주가는 14만 8,000원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 IET가 2차전지 수요 증가에 맞춰 증설로 대응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2차전지 소재업체들보다 30% 할증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2022년 추정 EPS에 47배라는 비교적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적정주가를 18만 원으로 제시했다. 주 연구원은 또 “유통주식 비중이 24%로 제한적이고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도 존재해 일시적인 오버슈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0주’ 투자자 속출했던 진기록… 주가 상승 도울지도


반면 SK IET가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기록을 죄다 갈아치운 만큼 적어도 첫날은 ‘따상’을 달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시적인 ‘오버 슈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달 진행된 SK IET의 공모 청약에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을 깰 정도의 투자 광풍이 불었다. 우선 청약에 몰린 증거금이 81조 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기업공개(IPO) 증거금 8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직전 기록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 몰린 청약 증거금이 63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8조 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경쟁률도 뜨거웠는데 청약을 진행한 5개 증권사에는 무려 474만 건의 청약이 몰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240만 건)의 두 배에 육박한 수준이다. 통합 청약 경쟁률은 288.17대 1이지만 일부 증권사는 502대 1, 443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그 결과 균등 배정을 노리고 증권사 문을 두드렸던 투자자 가운데는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균등 배정을 받더라도 1주가 고작이며 한 증권사당 2주를 받은 투자자는 없었다.





일반 청약에 앞서 진행된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 예측에서도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역대 최고 경쟁률인 1,883대 1을 기록했다. 기관의 62.3%는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기 위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까지 했다. 그 결과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주식 물량은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상장 첫날 ‘따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하지만 과한 기대감과 무리한 추격 매수는 절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상장 당일 ‘따상’을 기록해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이후 시초가 아래로까지 하락한 상황”이라며 “공모주는 상장 후 변동성이 크게 변할 수 있는만큼 무리한 추격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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