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3~16일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올리는 신작 ‘서정 오페라 브람스…’는 파격적으로 연출을 오페라 비전문가(?)가 맡았다. 오페라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뻔한 공식에서 벗어나 색다른 변화로 관객과 만나자는 의도에서다. 이 의미 있는 숙제를 맡은 이는 뮤지컬 프로듀서인 한승원 HJ컬쳐 대표. 그동안 살리에르, 라흐마니노프, 파리넬리 등 음악과 예술가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을 선보여 온 그는 음악과 공연에 대한 이해가 탄탄하면서도 새롭게 접근하는 오페라를 만들 수 있는, 국립오페라단의 시도에 딱 맞는 적임자였다.
“‘오페라는 이래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난, 한결 자유로운 작품이 나올 겁니다.” 한 연출은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오페라 장르의 문법 혹은 공식 같은 개념은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음악과 소재로 작품을 만들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다른 문법’을 강조한 그의 말대로, 이번 작품은 2~3시간이 훌쩍 넘는 공연 시간을 90분으로 압축하고 이탈리아어·독일어 등 외국어로 대사와 노래를 하는 기존 작품들과 달리 한국어와 독일어를 함께 쓴다.
소재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음악가, 브람스다. 브람스, 그리고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슈만과 클라라. 이들의 뒤엉킨 인연과 사랑, 아픔의 이야기에 세 작곡가의 주요 곡을 녹여냈다. 한 연출은 “친숙한 인물과 사랑 이야기를 주크박스 뮤지컬(특정 음악가나 가수의 노래로만 엮어 만든 뮤지컬)처럼 만든 작품이기에 좀 더 많은 관객과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술가를 소재로 한 창작 공연을 올려온 경험은 대본까지 맡은 이번 작품에서 빛을 발했다. “작품을 만들 때 그 예술가의 개인사나 음악, 시대 배경을 꽤 긴 시간 조사하고, 공부한다”는 한 연출은 이번 작품을 위해 평전부터 영상까지 수많은 자료를 들여다봤다. “브람스가 태어난 곳이 바닷가 근처의 추운 도시였어요. 그런 탓에 그의 음악에선 왠지 모를 쓸쓸함과 무거움이 느껴지죠.” “클라라는 브람스의 고백을 거절함으로써 여자, 엄마,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삶은 물론 주변을 지킨 거죠. 그랬기에 지금 우리가 브람스와 슈만을 ‘위대한 음악가’로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한 연출의 촘촘한 스토리텔링은 전예은의 편곡·작곡, 마에스트라 여자경의 지휘로 그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브람스의 ‘오월의 밤’, ‘네 개의 엄숙한 노래’, ‘독일 레퀴엠’, 슈만의 ‘그대 처음으로 내게 괴로움을 주었네’, 클라라의 ‘나는 어두운 꿈속에 서 있었네’ 등 주인공들의 주요 작품을 원곡 그대로 쓰면서 전예은이 전체 음악의 분위기와 멜로디 라인을 고려해 만든 곡도 선보인다. 출연진은 박준혁·양준모(브람스), 박지현·정혜욱(클라라), 정의근·신상근(슈만)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다. 젊은 시절 브람스로는 ARD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출연하고, 안무가 겸 무용수 김용걸과 홍정민이 브람스와 클라라의 감정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공연 제작사 ‘대표’ 직함을 때고 오롯이 창작에만 몰두한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대학생 된 것처럼 설렌다”는 한 연출은 이 감정이 오롯이 작품에, 그리고 관객에 전달되길 바라고 있다. “브람스가 무겁지 않게, 다양한 재미를 만끽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재연이 많지 않은 오페라 공연계에서 이 작품이 그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큽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