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등의 예후와 치료 효능 예측을 위한 바이오 마커(질병 진단을 위한 생체 표지 인자)로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요. 유전자 가위(크리스퍼)를 이용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존재 여부를 훨씬 빠르게 검출하는 기술이 암 진단·치료제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것입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신기술을 개발한 박현규(사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가 11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새 검출 기술은 표적 항암제의 치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KAIST는 박 교수 연구팀이 30분 이내에 최대 1억 배의 표적 핵산을 증폭시킬 수 있는 ‘엑스파’ 반응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결합해 높은 검출 민감도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 검출에는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 검사가 활용된다. DNA의 짧은 조각인 ‘프라이머’ 물질을 이용해 유전자를 증폭시킨 뒤 시퀀싱(DNA의 염기 서열 순서를 분석하는 기술) 등을 거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원리다.
박 교수는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검출 기술들은 낮은 특이도와 검출 성능, 복잡한 검출 방법, 긴 검출 시간 등 단점이 있다”며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카스나인’을 이용해 유전자 돌연변이의 양 끝단을 절단해 변이를 일으키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이가 마치 PCR 반응에서 프라이머와 같은 기폭제 역할을 해 엑스파 반응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엑스파 반응 생성물에 의해 형광 신호가 발생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표적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고감도로 검출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 교수는 “검출 민감도를 크게 향상시켜 표적 유전자 돌연변이를 고감도로 30분 이내에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기존 기술 대비 증폭 효율을 약 10만 배 증가시키고 검출 시간은 약 50% 줄이는 효과”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염색체 DNA 내 ‘HER2’와 ‘EGFR’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했다. 그는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방암 및 폐암의 발생에 관여하고 특정 치료 약제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바이오 마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송자연·김수현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영국 왕립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나노스케일’에 지난달 14일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 교수는 최근 한국생물공학회가 수여하는 생물공학 학술진흥상을 받았다.
그는 “최근 수년간 세포 증식, 이동성, 세포 사멸을 조절하는 과정과 연관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암의 많은 병리학적 특징이 형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번 기술이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진단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이용될 수 있는 만큼 후속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윤 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