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10년전 타이틀리스트로 10%대 수익…골프 호황에 2兆 매물도 '꿀꺽'

■韓 사모펀드 테일러메이드 인수
골프인구 늘어나며 관련매출 급증
신영·하나금투, 보험·캐피털사 등
국내 기관 17억弗 자금지원 앞장



지난 2011년 미래에셋그룹과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은 글로벌 1위 업체 아쿠쉬네트를 인수한다. 아쿠쉬네트는 세계 1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기능성 의류 브랜드 풋조이 등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골프 용품 업체였다. 인수 소식은 파격이었다. 국내 기업이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는 게 드물었던 탓이다. 가격도 조 단위였다. 인수 가격은 12억 2,5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가가 참여했다. 투자 수익도 좋았다. 2016년 회사가 뉴욕 증시(NYSE)에 상장하면서 국내 기관들은 10% 중반대의 높은 수익률을 냈다.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인 센트로이드PE가 약 2조 원에 이르는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 같은 과거의 성공 경험과 코로나19에 따른 골프 산업의 호황으로 자금 조달이 쉬웠던 게 작용했다.


17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 규모의 테일러메이드의 자금 모집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었다. 더욱이 센트로이드PE는 전략적투자자(SI) 없이 경영권 인수를 눈앞에 뒀다. 자체 블라인드 펀드가 없어 프로젝트 펀드를 신규 결성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국내 중형급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자금 모집이 순항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도 11일 “센트로이드는 운용자산(AUM)이 4,000억 원 규모에 불과했는데도 2조 원짜리 딜을 할 수 있는 데는 과거 타이틀리스트의 성공 경험이 큰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구조는 촘촘하다. 선순위는 신영증권 등 다수의 금융기관이 8,500억 원, 중순위 메자닌 투자에는 하나금융투자가 3,000억 원을 각각 주선해 기관에 판매한다. 유안타증권은 에퀴티(지분) 투자에 약 6,000억 원 규모 브리지론 성격의 자금을 제공한다. 보험사, 캐피털사, 일반 기업 등 주요 기관투자가도 참여를 확정했다.


테일러메이드의 거래 규모는 국내 골프 기업 거래 중 최고 수준이지만 최근 비교 기업군의 기업가치(EV)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미국 내 상장된 아쿠쉬네트와 캘러웨이의 최근 주가는 에비타 배수 기준 15~20배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10~12배 수준을 보였다. 이번 거래에서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에 지난해 에비타 기준 15배 수준을 적용해 거래했다. 다만 1조 9,000억 원이라는 가격 안에 경영권 프리미엄도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수 가격은 낮게 책정됐다.


센트로이드는 미국 증시에서 테일러메이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호황기를 맞은 골프 산업에 대한 투심이 식지 않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글로벌 골프 시장 3위 규모인 한국은 20~40대의 신규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골프장과 관련 용품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홀당 20억~30억 원대에 거래되던 수도권 골프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홀당 80억 원 이상의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골프장 매물은 시장에 나오면 바로 팔리고 있다.


골프 용품 관련 매물도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2017년 마루망코리아(현 마제스티골프코리아)를 인수한 오케스트라PE도 적기라고 판단하고 경영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원매자만 20여 곳에 달해 골프 업체의 인기를 체감하게 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조윤희 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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