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값을 받을 수 있을까?
기획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고민이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생각의 값어치를 제대로 받았는지가 궁금해진 저자는 실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2018년 6월, 국내 최초로 아이디어에 돈을 받는 공간 ‘생각식당’이 문을 열었다. 작가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사람들은 생각을 주면 보통 돈보다는 밥을 사준다. 그렇다면 대신 밥을 주면 어떨까? 대신 밥값에 생각 값을 얹어서 받자. 그래서 생각을 파는 식당, 생각식당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3년간 생각식당을 다녀간 손님은 약 300명 정도다. 모두 돈을 지불했다. 이 책은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면서 저자가 공부한 기록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문화와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온 기획자다.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 통찰력을 공부하면서 만난 여러 스승과의 대화와 그 밖에 보고 듣고 겪은 많은 것들을 취합하여 저자만의 생각법을 만들고 훈련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3일 출간 후, 교보문고 ‘오늘의 책’에 선정되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교보문고가 발표한 5월 첫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김우정의 ‘기획자의 생각식당’은 인문 분야 26위, 종합 243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예스24의 5월 둘째 주 집계에선 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을 제치고 글쓰기 분야 7위, 인문 분야 39위를 기록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할까?
코로나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들도 많다. 이 책은 선택, 결핍, 모순, 왜곡, 고객, 승부, 체계, 습관, 진정성 등의 19가지 단어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다. 선택 편의 경우,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선택 받으며 산다는 본질을 언급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속성비교모델(feature matching theory)을 예로 들며, 시간과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좋은 선택을 받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인생의 변화를 원한다면 생각을 바꾸고, 바꾼 생각대로 행동을 반복해 습관화하면 인생이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중국혁신센터 소장인 조지 입(George Yip) 교수의 “행동이 생각을 만든다. 그 반대가 아니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위해선, 일단 행동을 하라. 생각은 그다음”이란 말을 인용하며 이런 자기계발의 전형적인 룰을 완전히 거꾸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코로나 이후 시대의 화두는 생존이며, 언제 누가 망할지 모른다. 생존만이 살길”이라며 "착한 사람은 없다. 세상이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악당이 될 수 있다. 독하게 스스로를 단련해야 악당이 되었을 때 구원받을 수 있다. 구원 받기 위해 공익을 조금씩 습관으로 만들자”고 조언한다. 어쩌면 이 책의 메시지가 코로나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시대에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야 할지의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