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오픈페이 '동맹'...빅테크에 맞선다(종합)

[카드사 간편결제시스템 개방 합의]
네이버·카카오페이 공습에 위기감
이르면 연말 표준화된 API 개발
편의성 제고 타사 연동 필수지만
고객이탈 우려에 참여 저조할수도


이르면 올해 연말 특정 카드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경쟁사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 업계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맞서 개방성과 범용성을 확대하기로 하면서다.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실제 카드사에서 얼마나 경쟁사와 연동할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6개 전업 카드사와 BC카드·NH농협카드는 최근 카드사 모바일 협의체 회의를 열고 각 사의 간편 결제 시스템 개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빠르면 올해 연말까지 표준화된 ‘앱카드 상호 연동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규격’을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각 카드사의 ‘페이’ 앱은 자사 카드 결제용으로만 쓰인다. 가령 KB국민카드의 KB페이는 KB국민카드 결제용으로 신한카드 결제에는 이용할 수 없다. 신한페이판 앱에서도 국민·하나카드의 결제가 불가능하다. 네이버·카카오·삼성 등 3대 페이 업체가 타 금융사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카드사의 페이 앱도 이들처럼 타 금융사와 연동해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사의 시스템을 호환·연계하는 데 여러 가지 기술적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업계가 큰 틀에서는 합의한 만큼 빠른 속도로 시스템 구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자체 간편 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금융지주는 KB와 신한 2곳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일 ‘우리페이’ 구축 계획을 내놓았고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도 연내 간편 결제 시스템을 출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KB페이의 경우 은행·증권사·저축은행 등 다양한 전통 금융사와 제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쟁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수수료 수입이 크지 않은데다 경쟁 업체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20일 출시한 신한페이의 경우 다른 금융사와 협력을 추후 과제로 미룬 상태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계기로 빅테크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카드 업계 간의 ‘적과의 동침’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가 이처럼 경쟁사에 상호 문턱을 낮추고 협력하기로 한 데는 네이버·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간편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간편 결제 이용 금액은 4,492억 원으로 4년 전에 비해 7배가량 뛰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모두 올해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59% 증가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빅테크에 기존 고객을 뺏길 수 있는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디지털 결제 플랫폼 ‘신한페이판’ 가입자는 1,300만 명으로 네이버페이에 절반 수준에 그친다.


다만 시스템 개발과 별도로 얼마나 많은 카드사에서 경쟁사와 연동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빅테크에 맞서 개방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대를 이뤘지만 카드사 간 고객 뺏기만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전업카드사 간 이용실적에 기반한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2~4위를 차지한 삼성·KB국민·현대카드 간의 격차는 각각 0.29%, 1.09%에 불과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실제 카드사들이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회사별 이해 관계, 입장 등을 따져봐야 할 때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 출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